우리동네 예체능 28회
드디어 다음 주종목이 농구로 결정되었습니다. 90년대 농구붐의 주역이었던 연세대와 고려대, 고려대와 연세대 선수였던 전희철, 신기성, 석주일, 김훈, 우지원 등이 레전드로 출연했습니다.
예체능팀이 농구를 다음 종목으로 선택한 이유부터가 재미있을 거 같네요. 아마 예체능의 제작진은 배드민턴보다 좀 더 대중화된 운동 종목을 원했을 겁니다. 수영이나 테니스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운동은 아니고, 축구는 남자들에게는 인기가 높지만 여자들은 그다지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농구는 축구와 비슷하지만, 좀 다른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90년대 초중반때 드라마 마지막 승부를 기점으로 여성 팬들 역시 엄청났다는 점입니다. 남성들 역시 중고등학교때 농구공 한두번씩은 잡아봤고, 여성들 역시 오빠 부대가 되어서 체육관을 방문하던 시절이 있던 농구입니다. 그때의 여학생들이 지금은 삼십대 중반에서 사십대가 되었겠네요. 예체능 제작팀의 주요 타겟이죠.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예체능의 메인 MC와 보조 MC인 강호동과 이수근이 농구를 못한다는 점입니다. 강호동은 오늘 몸싸움 위주로 농구를 했고, 이수근은 장외에서 말만 많이 하는 감독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둘 다 시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재미 역시 없었습니다. 둘다 어쨌든 농구라는 종목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노력은 하지만, 별 효과는 없었네요.
강호동과 이수근이 벤치에만 앉아 있는 후보가 되면 예체능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요? 정말 재미는 빠지고 진지한 스포츠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진영이나 존박 역시 예능감이 그리 높은 사람들은 아니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오늘 최강창민이 전혀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최강창민 역시 강호동과 이수근과 함께 예체능의 고정멤버죠.)
석주일의 밀착수비로 배치기를 당한 최강창민이 짜증을 폭발시킵니다.
"저... 진짜... 으아!"
멘트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흥분한 상태였죠.
그동안 최강창민은 차분한 모범생같은 캐릭터였습니다. 강호동이나 이수근을 비롯한 형들 옆에서 착한 동생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탁구, 볼링, 배드민턴 등의 경기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늘같이 짜증이나 분노같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적은 처음이었죠. 그것도 석주일같이 큰형뻘 되는 연장자한테요.
사실 솔직함에 따른 호감과 비호감은 종이 한장 차이입니다. 출연자가 짜증을 내더라도 시청자가 보기에 징징댄다고 느끼면 호감 캐릭터가 되고, 시청자까지 불쾌감을 느낄 정도면 비호감 캐릭터가 되는 것이죠.
오늘 보여준 최강창민의 모습은 확실히 호감이었습니다. 석주일의 거친 플레이를 마치 어른(심판)에게 일러주는 아이같은 귀여운 모습이었으니까요.
(심판앞까지 달려가서는 손짓, 발짓을 마구 하다가, 발차기까지 하네요.)
그런데 최강창민이 갑자기 왜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걸까요?
이제 예체능이란 프로그램에 익숙해져서 자연스러워서 그런걸까요?
아니면 농구란 스포츠의 특성 때문에 그럴까요?
제 생각은 후자같네요.
탁구, 볼링, 배드민턴과 달리 농구는 서로의 몸과 몸, 살과 살이 맞닿는 운동입니다. 신체접촉도 많고 거의 레슬링을 방불케 하는 몸싸움도 벌어지죠.
이런 운동은 보는 사람은 물론이고 하는 사람 역시 경기에 몰입하고 흥분하기 마련입니다.
승부욕을 자극하죠.
(크게 흥분한 최강창민이 코트위에서 석주일을 상대로 재연합니다. 눈을 동그랗게 뜬 모습이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르죠.)
그렇기에 심판에게까지 거침없이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심판이 이렇게 말합니다.
"인사할께요."
최강창민: "이제와서 인사하라고요?"
확실히 시합 전에 하지 않은 인사를 시합 후에만 하는 것은 좀 이상하지만, 또 달리 생각하면 시합 후에는 인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예전같으면 최강창민은 그냥 아무 말 없이 시키는 대로 했을 캐릭터였는데, 지금은 그를 흥분시키는 농구를 뛰었기에 이런 멘트가 거침없이 나올 수가 있었던 거죠.
마지막에 강호동이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합니다.
"(전패였던) 배드민턴은 어려웠다. 농구에서는 성장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우지원: "가능하다. 하루에서 10시간씩..."
김훈: "(예체능 팀의 수준은) 100개의 팀중에서 100위다. 묘안이 있다면, 선수 보강이다."
즉, 현재의 멤버로는 불가능하다는 말이죠.
이런 점을 모를리가 없는 예체능 제작진이 농구를 다음 종목으로 확정했습니다. 아마 강호동과 이수근을 버리더라도, 남자와 여자 팬들을 시청자로 끌어 들이기 위해서죠.
그런데 강호동과 이수근은 예체능 제작진의 예상대로 코트밖에 있는 시간이 많을 거 같은데, 그 대신에 최강창민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행동은 의외의 호재가 될 거 같네요.
다만 제일 주의할 점은 부상인 거 같습니다.
예체능팀은 물론이고 상대하는 생활체육인 역시 과도한 몸싸움은 자제하며, 그저 승부를 즐기는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관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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