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에 김제동, 오상진, 임시완, 손진영이 나왔습니다. 바로 솔로남 특집(안생겨요)이었죠.
오랜만에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김제동은 역시 명불허전이었습니다. 김제동에게 유재석을 제외한 박명수와 박미선, 신봉선 등이 서로 말을 걸려고 아우성이더군요. 보통 게스트에게는 상대를 배려하고 그가 적절한 대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질문을 던지는데 반해, 김제동에게는 그냥 이런저런 돌직구 질문을 마구 던집니다.
그리고 그들의 예상대로 김제동은 괜찮은 리액션을 하든지, 아니면 재치 넘치는 답변의 웃음으로 보답해 줍니다. 박미선의 홀아비 냄새 독설이나 이름 개명 문제, 쌍꺼풀은 물론이고 옆의 오상진이 다섯 명의 누나를 이야기한 것까지 김제동은 웃음으로 승화를 시킵니다.
박미선: "홀아비냄새는 코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외로움이다."
김제동: "그러면 씻어도 안 된다는 말인가요?"
오상진: "누나가 다섯이라는 점이 안 좋다."
김제동: "그러면 있는 누나를 숨기냐?"
MC들은 물론이고 게스트까지도 이렇게 흉허물없이 멘트를 던질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김제동의 역량을 믿고 있기 때문이죠.
덕분에 같은 게스트인 시완과 손진영이 방청객 모드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기분나쁜 방청객이 아니라, 김제동의 말에 진심으로 웃고 즐기는 방청객들이더군요.
또한 김제동은 방송에서 새로운 캐릭터도 선보였습니다.
김제동의 일상 생활(김칫국물에 밥 말아먹고 보기 흉한 꼴로 헬스장에 나오는 모습)을 유재석이 폭로하자, 김제동이 버럭합니다.
"너 나 다 아니?"
그러다가 주변에서 분노를 억제하라고 하자, 또 금방 해탈모드로 들어갑니다.
"모든 것은 다 자기 암시입니다. 행복은 여러분의 마음 속에 있습니다."
굉장히 재미있는 캐릭터인데, 야간매점에서도 어김없이 그 매력을 발휘하네요.
김제동 어록, 명언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자기 암시입니다."
이렇게 김제동은 토크쇼는 물론이고 캐릭터 만들기에도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솔직히 오늘 김제동이 마음만 먹었다면, 완전히 자기 위주로 분량을 도배했을 겁니다. 그의 예능감이 다른 세명보다 월등히 뛰어나고, 또 유재석, 박명수 등과도 친분이 두텁기 때문이죠.
하지만 김제동은 적절하게 제어해서 자신을 참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메인MC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김제동(실제로 유재석과 같이 해투를 진행했었죠)이지만, 결코 진행 본능을 발휘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 줍니다.
이런 역량의 김제동이지만, 현재 프로그램은 힐링캠프 하나뿐입니다. 게다가 메인 MC 이경규를 보좌하는 보조 MC일 뿐이죠.
그리고 김제동은 방송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콘서트를 열고 있습니다. 벌써 4년 동안 157회 이상, 17만명의 관객들이 이 토크쇼를 찾았죠. 전회 전석 매진이고, 국내 유일의 정통 원맨 스탠드업 토크쇼입니다.
아마 이경규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를 한다고 해도 이런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김제동의 진행 능력이 이경규보다 낫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단지 그만의 뚜렷한 색깔이 있고, 또 그것이 대중들에게 먹힌다는 얘기죠.
방송국에서는 매년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또 폐지됩니다. 주로 설 연휴와 추석 연휴에 파일럿 프로그램 많이 나오게 되죠.
지난 추석때는 위인전 주문 제작소라고 김구라, 김성주, 이기광, 보라 등이 진행을 했었고, 스토리쇼 화수분에서는 김성주, 정준하가, 적과의 동침에서는 김구라, 유정현 등이 진행을 맡습니다(화수분과 적과의 동침은 파일롯 프로그램이 아님).
그런데 그 많은 파일롯 프로그램과 새로운 정규 프로그램에서 김제동이 MC를 맡았던 프로그램은 단 한 개도 없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뛰어난 역량과 대중친화적인 김제동이기에 당연히 섭외해야 하는 프로그램에서도 김제동을 외면하고 맙니다.
물론 현재 힐링캠프에 나오기는 하지만, 솔직히 김제동의 역량에 비해서는 너무 적은 프로그램이네요. 설마 루머처럼 정권에 미운털이 박혀서일까요, 아니면 방송국들이 정권에 대해 눈치보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그도 아니면 김제동 개인이 하기 싫어서 거부하는 걸까요?
자세한 속사정을 알지 못하는 일반 대중의 눈에는 그저 답답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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