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예체능 37회 한일전 경기가 끝났습니다. 방송 자체는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승부가 두어번 엎치락뒤치락하기도 했고, 엄청난 점수로 리드하던 한국팀을 일본의 슬램덩크 팀이 무섭게 추격해왔고, 막판에는 거의 역전 위기까지 찾아왔기에 심장이 쫄깃쫄깃해기도 했습니다.
이런 명승부와는 별개로, 꼭 이런 동호회 수준의 교류를 한일전, 그것도 인위적인 국가대표급의 투쟁심을 불러 일으켜야 했는지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난 글)
2013/12/11 - 예체능 최강창민에게 기생충같은 제작진들
지난 번 글에서 언급했듯이, 무한도전의 김태호 피디는 같은 상황(솔직히 WBC 챔피언 타이틀이 달려 있는 것이기에 훨씬 중요한 경기였죠)에서도 오히려 한국과 일본 선수 모두의 매력을 한껏 이끌어 냈기 때문입니다.
그 권투 경기 후에 한국에서는 쓰바사 덴쿠의 팬들이 생겼고, 만약 그 방송을 일본인들이 봤다면 역시 최현미의 팬이 생길 정도로 양쪽의 스토리를 잘 이끌어 냈으니까요.
이번 방송 역시 승부에 집착하기 보다는 오히려 타무라 히로시나 에구로 타이키, 5번 선수로 에이스였던 노로 타츠히토, 오오니시 라이언(간사이 지방의 예능인)의 이야기를 끌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게다가 슬램덩크 팀에는 조태한이라는 이름의 재일 한국인 같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들 각자의 인생 이야기가 녹은 방송이었다면, 동호회 수준의 어거지 국가 대표 경기가 아니라, 좀 더 감동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번 경기를 평가해 보겠습니다.
이번 경기는 확실히 감독들의 지략 대결이 압권이었습니다. 먼저 일본 감독이 한국팀의 약점으로 줄리엔 강을 지목했던 점은 아주 정확했고, 게다가 감독의 작전 지시를 이행할 수 있는 선수(이름 에구로 타이키, 원래 2부 리그 팀에서 뛰었는데, 그 팀은 나중에 1부 리그로 승격됨)까지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제까지 예체능팀과 맞붙었던 한국의 동호회 팀 감독들은 국가대표 감독까지 역임했던 최인선 감독과 우지원 코치와는 코칭 능력에서 비견될 수가 없었죠.
또한 설령 그 점을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줄리엔강은 우월한 신체 조건과 월등한 점프력으로 동호회 수준에서는 막을 수 있는 선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줄리엔 강을 일본 감독은 에구로 타이카를 이용해서 막았고, 중반부터 나이 많은 에구로 타이키가 지친 기색을 보이자, 더블 팀을 이용해서 막습니다. 초중반의 한국팀의 열세의 가장 큰 핵심 포인트였습니다.
그런 상황을 최인선 감독과 우지원 코치는 다른 한국 선수들을 이용해서 벗어납니다. 이정진 등이 스크림을 짜서 줄리엔 강을 도와주는 것이죠.
줄리엔 강이 살아나고 골밑의 지배력이 확보되자 예체능팀은 순식간에 17점(53대 36점)을 추월해 버립니다. 보통 이정도로 주도권이 넘어가면, 대개는 그냥 포기해 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일본 감독은 쉽사리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선수들을 다독거리고는 전면 압박 수비로 전환합니다.
아직 경기 경험이 별로 많지 않은 예체능팀의 약점을 그대로 꿰뚫어 본 것이죠.
그 결과 예체능팀의 잦은 실책으로 순식간에 일본은 10득점을 합니다. 한국이 한점도 득점하지 못하는 동안 말이죠.
보통 경험없는 감독이라면, 이 시점에서 호통을 쳤을 겁니다.
"정신 차려! 똑바로 못해!"
하지만 최인선은 마지막 작전 타임을 이용해서 선수들의 긴장된 마음을 풀어줍니다.
"뭐가 겁나? 침착해."
최인선 감독은 사용한 최상의 수 덕분에 예체능팀은 여전히 일본팀에게 점수를 허용하기는 하지만, 그 속도는 훨씬 늦출 수 있게 됩니다. (실수 역시 하지만 빈도는 낮아지죠.)
마지막에 1점차까지 쫓기게 되지만 끝까지 리드를 지키고, 오히려 막판에 3점차이로 점수를 벌리게 됩니다.
이렇게 오늘 방송은 양쪽 코칭 스태프들의 보이지 않는 지략의 싸움이 압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코칭 스태프와 달리 선수들은 너무 흥분한 상태더군요. 특히 서지석의 플레이가 많이 아쉬웠습니다. 경기 마지막에 과열된 모습을 보인 것은 물론이고, 1점 리드를 하고 있을 때(20초 정도 남았음), 파울을 범하고 맙니다.
만약 예체능팀이 지고 있었다면 파울 작전으로 공격을 끊는 것이 맞지만, 리드하고 있을 때는 이런 파울이 스스로 승리를 헌납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다행히 상대의 8번이 자유투 2개를 모두 실패하면서, 공격권은 예체능 팀으로 넘어옵니다. 만약 이때 자유투 2개가 모두 들어갔다면, 승부의 향방은 안개속에 가려졌을 겁니다.(패배할 가능성이 컸겠죠.)
마지막으로 코칭 스태프들은 오늘의 MVP를 박진영으로 뽑습니다.
방송에서 박진영(JYP)의 공헌도를 몇 장면 보여주기는 했지만, 솔직히 오늘 방송에서는 그보다 활약이 컸던 선수들은 더 많았습니다.
이것은 농구를 잘 모르는 제작진의 편집 문제(김혁과 서지석의 화려한 개인 플레이 위주로 편집이 되더군요)인지, 아니면 예전에 박진영을 동네 농구라고 비판했던 최인선과 우지원의 립서비스인지 판단이 가지 않네요.
p.s 최강창민의 일본 팬클럽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첫 등장때부터 이혜정이 귀를 막을 정도의 함성이 터지더군요.
아마 체육관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강창민이나 동방신기의 팬이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본 방송에서는 최강창민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은 아주 아이러니했습니다.
그리고 경기 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자막은 이것이었습니다.
'어느새 자국인 일본을 응원하고 있는 일본인들.'
아마 대부분이 최강창민을 응원하러 온 팬들이었겠죠. 그들의 눈에는 최강창민이 어떻게 비춰졌을까요? 아마 이전보다는 멀어진 것이 틀림없을 거 같습니다.
최강창민이야 우리동네 예체능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농구 못하는 죄(?)로 화면에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동네 예체능을 위하여 얼굴 마담으로 이용당하고, 일본 내의 자신의 이미지가 마이너스만 되고 있는 거 같네요.
만약 최강창민이 없었다면, 과연 이런 정도의 관중들이 모였을까 하는 의문점과, 우리동네 예체능 제작진은 그걸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머리를 떠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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