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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무한도전이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 쉽게 소재로 사용하지 않는, 혹은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결과물이 나오기 쉽지 않은 소재를 과감하게 채택했네요.

바로 오늘의 주제는 수능(수학능력시험) 결과를 받은 수험생들에 대한 인생 조언이었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무한도전인 것을 숨긴 상태로 강연을 홍보했고, 그 결과 불과 80여명의 소수 학생들만이 참석했습니다. 최근에 3~4만 명이 참가했던 무도 가요제에 비한다면 턱없이 적은 숫자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적은 숫자였기에 오히려 무도의 진정성이 더 잘 나타날 수 있었습니다.

 

80여명의 조촐한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이지연이라는 학생이 자신의 고민을 말합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어떤 성격이 인기가 많을까요?

또 인기가 많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청춘의 고민답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인기가 많고, 또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존재입니다. 특히 청춘일 때, 그런 고민이 더 큰 법이죠.

 

이에 대해 유재석이 조언을 합니다.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으려면 친구들을 내가 좋아해야 친구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잠을 많이 자면 잠이 늘고, 욕을 많이 하면 욕이 늘고, 밥을 많이 먹으면 밥이 는다.

내가 친구들에게 다가가서 한마디를 하고, 그리고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 인기가 좋아질 것이다."

 

 

정말 명언이나 어록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말입니다.

남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보다 내가 먼저 다가가는 사람, 그리고 남으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하기보다, 내가 더 남을 사랑하는 자만이 인기도 좋고, 사랑도 받을 수 있죠.(유재석 명언, 유재석 어록)

 

심지어 유재석은 고등학교 시절에 뻔히 아는 답도 일부러 틀리게 대답해서 친구들을 웃겼습니다. 잘난척하고 싶어하는 보통의 십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행동이네요. 친구들의 웃음을 너무 보고 싶었던 십대의 유재석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행동이었습니다.

 

그외의 하하의 진정성이 제일 중요하다는 충고, 노홍철의 뼛속까지 하고 싶은 일인가라는 물음, 정형돈의 큰 목표외에 작은 목표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등은, 이제 이십대가 막 된 고3 수험생들에게 들려주는 인생 선배들의 값진 삶의 경험들일 것입니다.

 

 

사실 정준하의 사수 고백이나 박명수의 삼수 고백 등은 성적만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무도식 희망의 메세지였습니다. 더욱이 정준하의 4수는 좀 알려진 이야기였지만, 박명수의 3수는 유재석도 몰랐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자신의 과거를 청춘들을 위해 공개한 박명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하지만 오늘 최고의 백미는 길로부터 나왔습니다. 호감과 비호감이 공존하며, 팬 못지않게 안티팬 역시 많은 길입니다.

그런데 그가 오늘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면서 고3 청춘들이 눈물을 흘리게 하네요.

 

: "어릴 적에 부모님이 없는 거처럼 자랐다. 여섯 식구가 지하 단칸방에 살았다.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그런 얘기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세상에 분노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아버지가 쓰러진 이후에, 엄마는 아버지를 걷게 하겠다는 일념만을 가졌다.

가족들이 모여서 반도체 칩 줍는 부업을 했는데, 온갖 쓰레기가 다 나왔다. 삶은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수능이 끝나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는 음악이 좋아서 음악의 길로 나섰지만, 오디션에서 번번히 떨어졌다."(길 가정사 고백)

 

 

길의 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결코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남편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하여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오직 남편의 수발만 들었습니다. 어린 자식들에게 '공부하라'라고 신경도 써주지 못했죠.

하지만 결과는 남편의 죽음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불행한 결말이었을까요?

길의 시각에서 보면, 좀 다릅니다.

분명 처음에 그는 소외감을 느꼈습니다. 세상에 대한 분노밖에 없었다고 할 정도로요.

하지만 지나고 보면,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불가능한 일(아버지를 다시 일으키는 일)에 도전했던 어머니의 강인한 모습이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습니다.(길 눈물)

 

 

그 결과 길은 오디션에 떨어져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자신의 어머니가 포기하지 말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길의 이야기는 더 큰 것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바로 자신에게 잔소리를 하는 어머니와 가족들은 사랑이 있기 때문에 그런 잔소리를 한다는 뜻이죠. 걱정되지 않는 남에게 잔소리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길의 이야기에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인지, 뒤이어 이어진 쓸친소 에피소드에는 쉽사리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여기에서 이야기를 끝내도 괜찮았을 텐데, 오늘따라 편집이 좀 아쉽네요.

 

하지만 고3 수험생이나,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하는 청춘들을 위한 좋은 장면을 두 개 더 발견했습니다.

쓸친소 페스티벌을 위하여 유재석은 데프콘의 집으로 방문합니다.

그리고 데프콘이 소파에 앉을 것을 권하자, 유재석은 정형돈이 누웠던 자리라며 그 옆자리에 앉습니다.

 

 

유재석처럼 프로그램을 많이 하는 대세 방송인이, 다른 프로그램도 쉬지 않고 모니터링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네요. 국민MC, 1인자라는 칭호에 만족하거나 나태해지지지 않고, 항상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게다가 '나혼자산다'1시간 이상의 방송 분량 중에서 '정형돈이 누웠던 자리'라는 아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관찰력과 기억력은 정말 탄복할 정도였습니다.

생각할수록 무서운 사람(?)이네요.

 

또한 유재석은 초대장을 데프콘에게 주고, 자신은 그 내용을 읊습니다. 그것을 모두 외웠다는 뜻이죠. 한 장면 한장면에 최선을 다하는 유재석의 모습을 보면서 경탄을 넘어서 무서움(?)까지 느꼈습니다. 이 한장면으로 대변되는 유재석의 노력과 열정을 어렴풋이나마 느꼈기 때문입니다.

 

단언컨대(예전에 유행하던 말이죠?), 청춘중에 이런 유재석의 노력과 열정을 비슷하게라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누구든지간에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p.s 김태호 PD 역시 성공한 사람에 속합니다.

그런데 오늘 김태호 피디의 일면이 공개되네요.

박명수가 올해 방송 대상을 노린다고 반쯤 농담삼아 말하자 김태호 피디가 이렇게 말합니다.

"올해 안되겠죠.

작년에도 논란이 있었는데..."

 

 

사실 김태호는 무도를 이끄는 정신적인 지도자이고, 피디이기에 예능을 위해서 일부러 우스개소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말이 그의 평상시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명수야 개그맨이고 방송인이므로 우스개소리로 이런 말을 할 수도 있지만, 김태호 피디는 자기 식구라고 무조건 옹호하지 않네요.

 

게다가 작년 논란까지 언급하는 모습은 좀 냉철하다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제식구 감싸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점이 더 보기 좋네요.

이런 냉철하고 깨끗한 태도 역시 무한도전을 오랜 장수 예능으로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고인 물이 썩는다는 옛말도 있지만, 오래 된 무한도전은 아직까지 썩었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니까요.)

 

오늘 무한도전을 보면서 길과 유재석, 김태호 등의 성공 요인을 어렴풋하게나다 알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많은 사람들, 특히 청춘들이 많이 보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얻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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