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도에 발표된 작품으로, 여자와 인생을 아직 희망적으로 보는 피츠제럴드의 모습이 잘 나타납니다. [낙원의 이쪽]으로 큰 명성을 얻음과 동시에 젤다와 다시 약혼한 그는 아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을 겁니다.
요트에 탄 아디타란 여자 주인공은 십대 후반의 천방지축 말괄량이입니다. 특히 지방 명사의 아들을 만나보라는 삼촌 앞에서 고약한 성질머리를 유감없이 드러냅니다. 그녀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남자가 있지만, 삼촌은 그 남자가 난봉꾼이며 아디타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강요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디타의 못된 성질을 더욱 돋우게 되지요.
피츠제럴드 단편선2, 민음사
반항기가 있는 젊은 여자의 행동을 간결하게 표현한 피츠제럴드의 재능이 실로 놀랍습니다. 아마 젤다나 주위의 젊은 여자를 주의 깊게 관찰했기 때문이겠죠. 반면에 젊은 남자의 행동 묘사는 좀 부족하고, 더 나아가 여자의 내면을 너무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그의 모습에서 앞으로 다가올 그를 괴롭힐 비극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요트에서 삼촌을 내쫓은 아디타 앞에 기상천외하게도, 젊고 잘생긴 해적이 나타납니다. 그리곤 요트를 나포해버립니다. 20세기에 해적이라니, 아디타는 처음에는 좀처럼 믿지 못하다가 차츰 젊은 해적의 행동에 빠져듭니다.
젊은 해적은 아디타가 그동안 만났던 부잣집 도련님들과 달리 야성적인 동시에 절도까지 갖춘, 요즘말로 '까도남'이었습니다. 게다가 그가 이야기해주는 과거 이야기는 아디타의 혼을 쏙 빼놓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해적에게 마음이 기운 아디타였지만, 그녀의 기질은 조금도 변하지 않습니다. 남자가 자신에게 이러쿵저러쿵 부모 행세를 하는 것을 조금도 못 참을 뿐만 아니라, 남자가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지도 못하게 합니다. 그녀에게 남자는, 특히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라면 어디까지나 자신만만한 존재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칼라일이라는 이름의 해적은 그런 아디타의 마음에 잘 부합하는 행동을 합니다. 게다가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어 하는 젊은 여인의 부푼 가슴을 흔들 줄도 압니다. 결국 세관 감시정에 들킨 이후의 급박한 상황에서 아디타는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칼라일이라는 가명을 쓴 토비의 연극이었습니다. 삼촌이 소개하기로 했던 지방명사의 아들인 바로 그 청년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뒤의 아디타는 놀랍게도 토비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그들의 키스로 소설은 끝납니다.
너무 허무한 결말에 좀 어이가 없으신가요?
하지만 피츠제럴드가 이제 막 젤다와 다시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로 그를 양해해 주세요. 아마 그는 자신이 바라던 바를 소설로 썼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낭만적인 내용과 해피엔딩은 앞으로 피츠제럴드의 소설에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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