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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의 인생과 작품7- 광란의 일요일

 

앞에서 언급했듯이 피츠제럴드의 작품에는 대부분 젊고 야심만만한 젊은 남자와 부유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자가 중심을 이룹니다. 그런데 피츠제럴드도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광란의 일요일]에서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나이가 지긋한 헐리우드에서 잘나가는 감독인 마일스 캘먼입니다.

 

헐리웃드에서 시나리오를 쓰는 초보 작가 조얼 콜스는 일요일, 마일스 감독의 초대를 받고 그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합니다. 그리고 마일스의 아내인 스텔라를 보고는 첫눈에 반합니다. 젊은 미인 앞에서 끓어오르는 혈기와 과시하고 싶은 충동으로 조얼은 파티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피츠제럴드 단편선1피츠제럴드 단편선1, 민음사


조얼은 크게 의기소침해하지만 스텔라의 따뜻한 응대로 기분이 좋아지고, 이내 매주 일요일 열리는 헐리우드의 광란의 파티에 참석하게 됩니다.

헐리우드의 잘나가는 감독 부부이지만, 마일스와 스텔라 부부에게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바로 마일스의 외도와 의처증이 스텔라를 이중으로 괴롭히는 문제이지요.
그런 마일스의 앞에서 스텔라는 마일스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하여 조얼을 교모하게 이용합니다.

 

마침내 잠시 집을 떠난 마일스를 대신하여 조얼이 집에 도착합니다. 스텔라는 이것이 마일스의 함정이 아닐까하며 불안해합니다. 심지어 집에 도착한 전보까지 조작한 것이 아닐까 하며 믿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을 한순간에 깨버리는 일 - 비행기 추락사고에 의한 마일스의 사망- 이 알려지고 스텔라는 순식간에 공황상태에 빠집니다.


혼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스텔라를 보며, 조얼은 생각에 잠깁니다.

'그가 손을 대는 것마다 하나같이 마술로 만들어버렸는데.' 그는 생각했다. '저 작은 말괄량이에게도 생명을 불어넣어 일종의 걸작으로 만들었는데.'
그리고 나서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빌어먹을 황야에 그는 얼마나 큰 빈자리를 남겼단 말인가... 벌써 그것이 느껴지는군!'
136p

 

젊은 시절의 피츠제럴드였다면 야심만만한 젊은 남자의 시각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았을 텐데, 여기서는 외도와 의처증으로 아내를 괴롭히는 늙은 남자의 빈자리를 못내 아쉬워합니다.

 

아마도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헐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게 되면서 그 역시 나이를 먹었고,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는 아내 젤다를 보면서 예쁜 여자가 반드시 좋은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았는지도 모릅니다.
피츠제럴드는 아내 젤다를 버리지는 않지만, 헐리우드의 컬럼니스트로 활약하는 다른 여자를 사귀게 됩니다. 그러면서 사치와 방탕으로 물들었던 젊은 나날들을 후회하지는 않았을까요.

 

피츠제럴드는 소설을 통하여 아내에게 쓴 소리를 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계몽하려는 모습은 보여줍니다. 다른 단편인 [컷글라스 그릇]이 그런 종류의 대표격인데요, 예전의 컷글라스 그릇처럼 화려했던 여주인공이 남편 몰래 젊은 남자와 바람을 피웁니다. 그러다가 딸아이가 컷글라스 그릇에 파상풍을 입고 손목을 절단하는 비극을 맞이하고 맙니다.
나이가 들자 여주인공은 자신의 열정이 깨진 컷글라스 그릇처럼 덧없음을 느낍니다.
피츠제럴드는 자신의 아내 역시 이런 깨달음을 얻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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