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일기장을 완성하기 위하여]라고 부제가 달린 것처럼 이 글은 굉장히 개인적이며 추상적이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화자에게 두 가지 소식이 전해진다. 하나는 전보로 도착한 누군가의 부음이고, 다른 하나는 화자가 집에 없는 동안에 카메라를 들고 온 누군가가 찾아왔다는 소식이다.(아마 기자나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닌가 한다.) 화자는 결코 카메라를 보고 싶어 하지 않기에 바로 길을 떠난다.
화자가 아내를 데리고 간 곳은 먼저 동서의 집이 있는 마산이다. 그런데 마산에까지 카메라를 전화가 걸려오고, 화자는 어쩔 수 없이 해남에 위치한 큰 동서네로 향한다.
그리고 거기서 시골로 전화해서 막내 누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누가 전보를 보냈는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그 다음부터는 그저 시골 생활의 소소한 일상이 나온다. 별다른 스토리도 없이 소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수필에 가깝다.
화자가 다시 서울의 집으로 돌아오자 경비원이 깜짝 놀란다. 바로 며칠 전에 화자의 사망에 대한 전보가 도착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전보와 카메라에 대한 오리무중은 글이 끝날 때까지 해소되지 않는다.
어쩌면 작가는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지 모른다. 글 끝에 친구에게 붙일 편지에 거짓말을 한 것처럼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를 받음으로써 자신의 존재의의를 증명하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글에는 어느 것도 담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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