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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실로 절묘한 비유로 시작한다.

 

드문드문 수수가 점섞인 더운 콩밭을 아이의 어머니 금산댁은 그 아지랑이 속을 떠도는 작은 쪽배처럼 하루 종일 오고가며 김을 매었다.

(263p) 

 

하지만 이청준의 또 다른 작품인 [천년의 돛배]에서 비슷한 구절이 또 나와서 아쉬움을 준다.

 

아이는 날마다 마을 앞 안산 너머 산밭 일을 나가는 어미를 따라갔다.

어미는 진종일 콩밭 이랑을 조각배처럼 오가며 김을 맸고, 아이는 그 뙈기밭 아래 바닷가 모래톱에서 혼자 작은 게들과 놀았다.

(23p)

 

 

   아이에게는 형과 누이가 한명씩 있다. 아이가 아직 어릴 적, 형은 선원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벌어오겠다고 집을 나가고, 누이는 전실 자식이 둘이나 딸린 홀아비에게 시집을 가면서 집을 떠난다. 마침내 장성한 아이마저도 돈을 벌기 위하여 서울로 가버린다.

   

   아이는 결국 돈을 별로 벌지 못하는 노래 짓는 사람이 되지만, 그래도 어머니를 잊지 않고 서울로 모시고 가고자 한다. 하지만 금산댁은 끝내 그 청을 거부한다. 딸은 이미 오래전에 서방의 매질로 허리가 부러져 죽었지만, 큰아들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집을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금산댁이 마침내 서울로 옮긴 것은 배를 타던 큰아들이 이미 오래전에 섬에 묻혔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난 뒤였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둘째 아들은 다시 바닷가 마을로 찾아와 아버지가 묻혀 있는 무덤 주위의 땅을 구입한다. 그 소식을 기다리기나 했던 것처럼 금산댁은 곧 세상을 떠나고, 둘째 아들은 어머니를 아버지 옆에 모신다.

   이제 노인이 된 둘째 아들의 행동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남해의 어느 섬에 묻힌 형의 유골을 수습해 와서 부모님의 곁에다 묻고, 그런 후에 비명에 간 누이의 유골을 다시 이장한다.

 

   마을 사람들은 둘째 아들의 행동에 감동하며 그 역시 가족들의 곁에 묻힐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아내의 손에 들려 유골로 돌아온 둘째 아들은 그의 유언대로 바다에 뿌려진다.

 

   

   우리는 언제나 금의환향을 꿈꾼다. 가난한 집안의 자식이 자수성가하여 집안을 일으켜 세울 때 안심하며 감동에 겨워한다. 하지만 여기의 [해변 아리랑]처럼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은 것이 실제 인생이고, 신용불량자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친인에게 돌아갈 수조차 없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을 보면 여기에 나온 가족들이 그나마 나은, 아니면 최소한 평범한 우리네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여기의 둘째 아들은 아내의 손에 의해 유골로 나타나는데 자식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아마 자식이 없었던 이청준 자신의 모습이 강하게 투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청준의 작품이 대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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