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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의 또 다른 작품인 [들꽃 씨앗 하나]와 같은 공간적 배경과 비슷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둘 다 시골버스를 타고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사람의 초조함이 배어나는 글들이다.

다만, [들꽃 씨앗 하나]의 화자가 어린 학생으로, 고등학교 장학금과 관련된 재산세를 떼기 위하여 집을 왕복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의 화자는 대략 이십대의 성인으로 집을 떠나 외지로 향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비가 스산하게 내리는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에 탄 화자는 여러 가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담배가 떨어진 것도 그렇고, 커다란 짐을 갖고 버스를 탄 시골 아주머니에게 차장이 불손하게 대하는 것도 영 못마땅하기만 하다.

그렇게 잘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고장이 나는데, 운전수와 차장은 고분고분 사정을 말하고 양해를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위압적으로 시골 사람들을 대한다. 회사에 연락해서 다음 차라도 일찍 보내라는 사람들의 청을 그냥 무시해 버리고 그저 다음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라는 것이다. 오직 시골 노인 하나만이 호통을 쳐서 차비를 환불받지만, 그도 결국 오래 기다렸다가 다음 차를 같이 타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모두 다음 차를 타고 다시 버스는 달리지만, 새로운 난관이 나타난다. 진창길로 변한 길에 삼륜차가 빠져서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승객들이 나서서 근처 공사장의 트럭을 빌려와서 삼륜차를 끌어당기고, 그럼에도 부족하여 승객들이 나서서 비와 흙탕물에 엉망진창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삼륜차를 뒤에서 밀지만, 끝내 삼륜차를 빼내는 데는 실패하고 만다.

여기서 화자는 일사분란하고도 저돌적인 승객들의 모습에 어떤 두려움을 느낀다. 삼륜차에 실린 고구마를 내려서 무게를 덜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의 의복이 더러워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힘껏 용을 쓰는 승객들의 맹목적성에 대한 두려움이었을까?

 

  어쨌든 승객들은 삼륜차를 치우는 것을 포기하고 버스 안으로 돌아가 그저 비만 피하며 아침이 밝아오기를 기다린다. 마침 시골 아낙중의 하나가 엿장수였기에 승객들은 엿을 갈라 먹으며 허기진 속을 달랜다.

  그런 태평한 상황을 화자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승객들을 비난하고 나선다. 지금의 "엿 먹고 있는 상황"에서 잠자코 있으면 사람취급을 언제 받느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매일 같은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하는 사람들에게 버스 운전수와 차장은 이미 하나의 권력이다. 사람들은 오히려 화자를 비아냥거리고 빈정댄다.

 

  화자에게 모든 현실은 늪이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시골 버스의 갑작스러운 고장, 진창길에 빠져서 길을 막는 삼륜차, 버스 운전수나 회사 측에 제대로 된 항의도 한번 못하는 시골 사람들.

빠져 나가려고 해도 절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란 늪이 이런 것이 아닐까.

 

 

  마침내 시골 아낙 하나가 화자를 어린애 어르듯 잘 달랜다.

"자요, 그만... 이거라도 좀 입을 다시고 나면 속이 행결 주저 앉을 것잉께요... 참말로 사람의 성의가 이만큼 했으면 돈을 내고 사달래도 몇 번은 사 줬겄소. 자 그러니 이 여편네 손이라도 좀 그만 부끄럽게 어서..."

(2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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