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 321회에 박준금, 유혜리, 김병옥, 정호근이 게스트로 출연했습니다. 제각각 드라마와 영화에서 악역으로 빛나는 악역 전문 배우들입니다.
유혜리는 이제까지 뺨을 수백번 이상 때렸고, 특히 우묵배미의 사랑에서 박중훈을 상대로 수십대를 때렸습니다. NG까지 포함하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때렸겠네요.
유혜리가 노하우를 공개하는데, 손바닥으로 때리지 말고 손가락으로 뺨을 때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소리만 요란하게 나고 실제로는 덜 아플 거 같네요.
벌써 이삼십년 이상을 연기를 해서인지, 유혜리의 연기 열정이 남다릅니다. 예전에 우묵배미의 사랑에서는 욕을 배우기 위하여 과외까지 받았고, 지금은 아무리 작은 배역이라도 작가를 찾아가서 자기 배역의 과거를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감정선을 잡기 위한 노력이죠.
아마 이런 노력 때문에 지금도 명품 조연으로 드라마에서는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거 같네요.
박준금이나 김병옥, 정호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박준금의 경우도 여배우 이민영을 임팩트가 들어간 풀 스윙으로 뺨을 때려서 눈물을 나게 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때리는 신일수록 잘 때려야 하는게, 미안한 마음에 살살 때리다가 여러번 NG를 내면 안될 노릇이니까요.
이런 나쁜 배역이지만, 박준금은 자신만의 연기관이 있네요.
"나쁜 배우는 있어도 나쁜 배역은 없다."(박준금 명언)
즉, 배우가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게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지, 배역 그 자체를 가지고 좋다, 나쁘다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는 연기 철학이죠. 확실히 중년 연기자답습니다.
그런데 정호근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아마 처음에는 자신의 배역에 대하여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스스로 결혼을 하고 많이 달라졌다고 고백합니다.
어느날 단역을 위하여 제주도까지 오라는 말에, 정호근은 늘 그렇듯이 불평불만을 일삼습니다.
그때 아내가 처음으로 입을 엽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당신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당신을 믿고 결혼한 내가 불쌍하지 않아?
세상이 당신을 알아줘야 그 모습이 빛나는 거지,
현장가서 절대 인상쓰지 말고, 다 같이 힘들게 일하는데 기다린다고 툴툴대지 말고..."
결국 이날 이후로 정호근은 대사 한마디에도 그 중요성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었습니다. 정호근이 이렇게 좋은 배우가 된 것은 아내의 이 결정적인 한 마디 덕분인 거 같습니다.
반면에 김병옥은 원래 연극판에서 이십여년간 일했던 명품 배우였습니다. 사십대 중반에야 영화로 데뷔하는데, 배고프고 힘든 연극 배우 생활을 하면서 이미 연기 철학이 몸에 확실히 배인 상태죠.
오늘 어려운 고난을 뚫고 여전히 명품 조연으로 활동하는 네명의 중년 배우들을 봐서 참 흐뭇한 하루였습니다.
비록 악역이라도 이들이 있기에 드라마와 영화가 더욱 빛나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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