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책vs영화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시기중의 하나를 바즈 루어만 감독이 화려한 색

조와 하늘거리는 커튼의 부드러움, 경쾌하면서도 끈적끈적한 재즈로 잘

표현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개츠비의 타오르는 욕망과 혹시나 하는 조바심을 잘 연기했습니다. 손부터 등장하면서, 신비로운 그의 분위기를 잘 살렸습니다.

데이지 역의 캐리 멀리건 역시 두 남자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자의 모습을 콧소리 섞인 몽환적인 목소리로 적절하게 나타냈습니다.

 

 

하늘거리는 커튼

 

 

개츠비의 첫 등장

 

화려한 파티 장면

 

 

화려한 파티 장면

 

고전을 영화화하는 작품은 여럿이지만, [위대한 개츠비]만큼 전체 줄거리뿐만 아니라는 세부 설정까지 그대로 가져가는 영화는 드뭅니다. (이번이 세 번째 영화입니다.) 그만큼 미국인들은 [위대한 개츠비]의 시대 상황에 얽힌 등장인물과 그 스토리를 즐긴다는 뜻이겠죠.

 

1919년에 제정된 금주법은 무려 15년 동안이나 미국사회를 옥죄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준범죄자 생활을 하게 됩니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도 하나같이 도덕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고, 사회는 적당한 범죄를 바탕으로 잘 돌아갑니다. 밀주제조나 불법 채권거래 같은 엄청난 범죄를 제외하더라도, 개츠비는 교통경찰에게 걸렸을 때 연줄로 넘어가고, 조던 베이커는 부정한 행동으로 골프 우승을 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톰 뷰캐너는 아내를 두고 정부와 즐깁니다. 데이지 역시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마지막까지 침묵합니다.

 

이런 범죄의 시기이지만, 1920년대는 미국인들에게 특별합니다. 앞에서도 약간 언급했듯이, 미국은 1920년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강대국의 면모를 갖춥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토대위에 형성된 신기루였습니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의해 시장이 확대되고, 잿더미가 된 유럽의 공장들이 문을 닫은 덕택에 세계 경제계에서 미국의 비중이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커졌던 것일 뿐입니다. 결국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대공황과 세계 대전을 불러일으키지만, 미국인들이 느끼는 1920년대에 대

한 감정은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들 역시 박정희 시대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야 겨우 먹고 살만하게 된 그 시대였지만, 미국의 경우는 스케일 자체가 다릅니다.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이고, 세계 최대 채권국의 지위이니까요. 그리고 그 힘의 질서가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고요.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면 [위대한 개츠비]에 느끼는 미국인들의 특별한 감정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캐리 멀리건

 

이런 '황금시대'를 감독은 화려한 영상뿐만 아니라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부터 벽에 걸린 그림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습니다. 특히 현재 시점의 여자들은 단발머리를, 회상씬에서는 긴 머리로 연출할 정도입니다.

(아마도 한국 관객들은 이런 점의 특별함을 잘 모를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버니스 단발머리가 되다]편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흠이라면 데이지의 딸아이가 끝에서야 겨우 한 장면 스쳐지나갔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아이를 대했을 때의 개츠비의 반응은 그의 허황된 공상을 잘 나타내는 장면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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