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356회에서 관상, 왕게임을 표명한 추격전이 벌어졌습니다.
역시 명불허전의 무도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얼마전에 1박2일에서 한 신분상승 레이스와 비교가 많이 되었습니다.
1박2일에서는 6명의 출연진들이 세명씩 양반과 노비가 되어서 상황극을 펼쳤습니다. 서로의 노비문서와 호패를 숨겨두고 찾거나, 서로의 신분을 바꾸는 게임을 하기는 했지만, 3대 3 대결 구도가 평면적이었고, 게임 역시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오늘 무도에서는 총 4계층으로 분화되면서, 적과 아군, 그리고 중립까지 총 3개의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양반은 상인으로부터 쫓기고 왕을 잡아야 하지만, 천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요.
게다가 천민은 3명, 상인은 2명, 양반과 왕은 각 한명씩으로, 각 계층 역시 피라미드 구조로 흥미진진함을 더했습니다.
전성기때 무한도전과 1박2일은 한국 예능의 쌍두마차라고 불리던 두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오늘 이 두 프로그램의 처지가 천양지차로 바뀐 것은 김태호 피디가 그대로 무도에 남아 있는 반면에 나영석 피디와 이우정 작가가 일박이일을 떠난 탓이 크겠죠. 아마 나영석 PD등이 그대로 일박이일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번에도 좋은 승부가 되었을 겁니다.
이와 관련하여 KBS는 문제점이 보이네요. 나영석 피디 등이 자리를 뜰 때를 대비하여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는 후배 피디와 작가를 양성하지 못한 문제입니다. 비록 전성기때의 피디와 작가보다는 못하겠지만, 리즈 시절과 지금은 차이가 나도 너무 나네요.
(이것은 MBC 역시 동일한 문제입니다. 회사 차원에서는 김태호 피디와 비슷한 역량을 가진 피디들을 계속 육성해야 하는데, 딱히 인재는 보이지 않네요.)
잠깐 이야기가 인재 육성쪽으로 흘렀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오늘 무도의 추격적은 1박2일에 비해서 나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 발전적 측면에서 볼 때도 훌륭했습니다.
그동안 무도에서는 수많은 추격전을 펼쳤습니다. 돈가방 특집이라든가, 죄수 특집 등이 있었죠. 이런 추격전의 특징은 하나였습니다. 개인전이든가 아니면 두 팀으로 나눈 단순한 대치 국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단순한 구도를 탈피하여, 총 4개의 계층을 만들어 냈고, '아군', '적군', '중립'이라는 3개의 관계를 만들어 냈습니다.
특히 이 '중립' 관계는 이용할수록 묘미가 있습니다. 오늘 마지막에 정형돈이 그것을 잘 보여주었죠. 중립인 하하를 이용하여 자신의 뒤를 쫓던 정준하를 제거했습니다. 그런데 양반이 된 하하가 박을 들고 다시 자신을 쫓아왔습니다. '중립'관계에서 순식간에 '적군'으로 변한 하하의 모습이었습니다.
이처럼 중립을 잘 사용하면 적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위험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중립'이라는 면에서 과거의 꼬리잡기 추격전과 비슷한 면이 있지만, 꼬리잡기에서는 한번 아웃되면 영원히 아웃되어 버립니다. 이번 신분 바꾸기 특집은 7명의 플레이가 계속 살아남아서 마지막까지 7명이 드라마를 써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다르죠.)
무도는 이렇게 추격전의 새로운 전형을 보임과 동시에, 특유의 비판 정신 역시 잃지 않았습니다.
한글 창제를 반대하는 최만리 등의 상소가 올라오고, 그 내용을 옳게 어림짐작하는 사람은 유재석뿐입니다. 조선의 왕인 정형돈은 그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단순히 앞부분의 자기에 대한 좋은 말만 듣고는 그 상소를 허가합니다.
이제 우리 민족에게 한글은 폐지되고 말았네요.
그 전에 망나니였던 하하를 자막으로 관심없는 백성으로 지칭합니다. 그리고 양반이 된 하하는 임금인 정형돈에게 이로운 말만하고요. 오직 망나니가 된 유재석만이 이 한글폐지를 반대하죠.
무도에서는 이제까지 정권과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종종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가지고 비판한 적은 처음인 거 같습니다. 아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소문, '정치적으로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을 염려하는 거 같습니다.
(사실 이것은 좀 순화해서 하는 말이고,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2명의 노회한 정치가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 대통령이라는 루머도 있습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요?
단순히 자신을 비판한 무도와 MBC에 징계를 내려야 할까요?
아니면 웃어넘기면서 오히려 자신이 그런 꼭두각시가 아니고, 국민을 위하여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는 대통령이라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할까요?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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