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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예능)더 지니어스(종결)

더 지니어스 11회 - 정색하는 김경란을 위한 변명

 

 

김경란은 좀 묘한 캐릭터입니다.

현재 남초 사이트에 가면 김경란이 실력도 없이 정치질로 너무 많이 올라왔다고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고, 여초 사이트에서는 오히려 김경란에 대한 응원이 많습니다.

 

도대체 왜 남자와 여자의 반응이 이렇게 다를까요? 

우선 남자들의 입장을 살펴보겠습니다.

남자들은 우선 투쟁적입니다. 여자들하고 확연히 다르지요.

그래서 김경란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김경란은 확실히 온화하면서 '정치력'이 높습니다. 더 지니어스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온화한 말투로 자신의 뜻대로 조종합니다. 끝내 말을 안 듣는 사람은 '정색'이라는 신공을 사용해서 자신의 뜻, 혹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이 나도록 합니다.

 

그녀가 10까지 오면서 단 한 번도 데스매치에 출전하지 않았던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 자신이 탈락 후보가 되지 않고, 또한 탈락 후보에게 지명을 당할 정도로 '나대지'않은 것이죠.

처음에 사회 경험이 적었던 많은 여성 참가자들이 이 원칙을 모르고 상대가 '적의'를 품게 하여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와 반대로 남자들인 이준석, 차민수, 김구라 등은 견제에 의해 탈락합니다.)

 

 

회의

 그런데 직장 경험이 많은 남자들일수록, 김경란 방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방식은 묘하게 직장 내에서의 정치싸움, 파벌싸움 등을 연상케 하거든요. , 직접적으로 하는 일은 없이(자신은 실력도 없으면서) 뒤에서 모든 것을 조정하는 식 말입니다.

 

반면에 여자들은 더 지니어스 게임을 남녀 성대결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살아남은 여자들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응원을 합니다.

천재소녀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던 최정문이 탈락한 이래 김경란, 박은지, 차유람 세 명만이 기센 남자 다섯명의 틈바구니속에서 부대끼며 살아남았죠.

그런데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박은지는 좀 당돌해서 싫고, 차유람은 너무 예뻐서(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싫습니다. 김경란의 바른 소리가 때때로 듣기 싫기도 하지만, 그것이 꼭 단점으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김경란의 '바른'이미지에 대한 명분을 주기도 했으니까요.

 

김경란

  사실 김경란은 KBS 1TV 뉴스 9의 아나운서 출신입니다. 뉴스 9란 여자 아나운서가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국에서의 여자들의 '유리천장'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 남자 아나운서들이 여러 중요한 직책을 맡으면서 사오십 대에 뉴스 9의 아나운서를 맡기도 하지만, 여자들은 이삼십대에만 그런 자리를 맡을 수 있거든요. , 예쁜 여자들을 그 자리에 앉혔다가 나이가 들면 교체해버립니다.

   

게다가 여자들은 천성적으로 투쟁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김경란 식의 온화함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자들의 이전투구보다는 김경란 식에 더 끌리는 것이 사실이죠.

     

남자들이 김경란에게 실력이 없다고 순전히 운으로 결승까지 올라왔다고 비난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정치력이 프로그램 콘셉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합니다.

확실히 저는 11회가 되기까지 김경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고, 11회를 보고서야 김경란에 대하여 어느 정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바르다'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하여, 남들도 '그렇게 따라 주기를' 원하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겉과 속이 다르지 않습니다.

 

정색을 하긴 하는데, 그것이 게스트들의 앞이라고 가리지도 않습니다.

 

정색

 

처음에 홀로 나올 때, 김경란은 활짝 웃습니다. 아마 게스트들의 긴장을 덜어주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김경란

그리고 1라운드 끝나고 들어가면서 자기에게 정보를 잘못 준 사람을 타박합니다.

   

생일

그리고 2라운드 돌입하기 전의 십 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김경란은 조금 전의 잘못을 밝히는데 씁니다.

   

정말 승부사라면 게스트의 실수라도 그냥 잊어버렸을 겁니다.

정말 우승에 목말랐다면 그런 게스트일수록 더 더욱 웃어 주었을 겁니다.

하지만 김경란은 그러지 않았죠. 그저 왜 '잘못'했는지만 중요했을 뿐이니까요.

 

분노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게스트에게 결코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똑똑한 김경란이라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다만, 자신이 '바르다'라고 생각하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여서,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거죠.

   

결국 이런 행동들은 여성 게스트들의 거부감을 일으키고, 심지어 김경란을 응원하던 사람들까지 그녀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듭니다.

 

 

최슬기

 

만약 김경란이 자신의 이익에 철두철미한 사람이었다면, 결코 이런 눈에 띄는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녀 역시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한 경험이 있으니까요. 

 

물론 김경란은 '정의의 투사'가 아닙니다. 파벌을 짓기도 했고, 명분을 내세우는 척하면서 사실은 은연중에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선 이상은 넘지 않을 정도의 균형감각은 가진 인물입니다.

   

김경란을 보면 요즘 '욕망 아줌마'라고 캐릭터화되는 썰전의 박지윤 아나운서가 언뜻 떠오릅니다. 사실 여성 방송인중에서 이렇게 욕망을 앞세우는 캐릭터는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김경란의 경우는 박지윤보다 조금 더 진일보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욕망'에 따라 노력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잘못된 것에 대하여 싫은 티(정색)를 확실히 내니까요.

 

더 지니어스를 보면서 겉과 속이 같은 김경란을 조금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남자인 이상 결코 그녀의 팬이 되지는 않겠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 틀린 것에 대하여 '정색'하는 그녀의 모습을 방송에서 더 자주 봤으면 합니다.

 

그런 예를 하나 제시하겠습니다.

[환상속의 그대]라는 프로그램에서 전현무가 게스트로 초대되었습니다.
남자 게스트(전현무)가 이상형을 하나씩 밝히는 과정에 미모의 여성들이 차례로 탈락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전현무의 말에 의하여 가슴이 D컵 이상인 여자들이 탈락하게 됩니다.
이때 김경란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저도 그런 분들 되게 부러워 하거든요."라고 말하고,
전현무는 "김경란씨는 많이 부러워 할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어찌보면 성희롱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김경란은 '정색'을 하면서 상황을 웃기게 만듭니다.

 


전 김경란의 이런 '정색'을 더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정색' 신공을 너무 자주 구사해서 끝내 역풍에 휘말리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해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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