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우리는 예능을 보면서 재미를 추구하기도 하고, 남의 인생을 엿보기도 합니다. 꽃할배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몇 안되는 예능의 하나이며, 인생 엿보기에서 불편했던 사람들 역시 존재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예전에 가족 여행을 하면서 아버지, 어머니 혹은 다른 친척들로부터 마구 부림을 당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물론 대부분이 좋게 끝납니다만)이나 회사 동료들과 여행을 하면서 상사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묵묵히 따라야 했던 사람들은 특히 이서진에게 감정이 이입되어서 네명의 꽃할배들을 꼰대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서진 본인의 마음속은 어떨까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예능이 발달해도, 사람의 마음속을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만 그 사람의 반응을 통해서 대략 짐작할 뿐이죠. (이런 간접적인 방법을 보완하기 위하여 편집이나 자막, 인터뷰 기술 등이 동원됩니다.) 이번 회 역시 이서진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의 마음속의 중요한 심리 상태를 포착하게 됩니다.
이서진은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할배들의 가이드와 짐꾼 노릇을 하고 있을까요? 1. 그냥 속아서 어쩔 수 없이 한다. 2. 출연료를 주니까 한다. 게다가 이미지 상승효과도 있다. 3. 꽃할배들은 연기계의 대선배들이다. 어쩔 수 없이 말 잘들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마음이 조금씩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아버지들'과 같이 여행한다는 마음 같습니다. 오늘 이서진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이순재 선생님은 진짜 아버지 같은 느낌이 확 있다니까. 이런 사람이 우리 아버지였음 좋겠다... 이순재가 아버지라면 세계일주도 할 수 있다."
확실히 이서진은 이순재 할배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네요. 즉, 이순재 할배는 이서진의 마음속의 아버지 이상형이죠. 아마 이순재의 인자한 모습이나 근엄하거나 화내는 모습 하나하나가 이서진이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그런 이상적인 아버지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서진의 친아버지가 그랬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고인이 된 친아버지는 백일섭과 닮은꼴입니다. 말없고 술 좋아하는 모습 등이 공통점인데, 이서진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굉장히 무서워했고, 부자사이에는 대화가 별로 없었습니다. 즉, 자신의 친아버지를 두고, 자신의 이상적인 아버지상을 이순재에게 투영시킨 거죠.
시청자들은 주로 꽃보다할배의 스토리적인 측면을 보면서 즐기지만, 이 예능안에서 움직이는 이서진은 두 아버지와 같이 여행을 하면서 어릴 적에 못다했던 부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즉, 이서진에게 있어서 꽃보다할배의 본질은 바로 아버지들과의 여행이란 거죠. 그랬기에 물 마니아일 정도로 물을 자주 마시는 이서진이 화장실 갈 걱정에 물까지 줄이면서 함께 여행하는 꽃할배들을 극진하게 모십니다. 바로 자신의 아버지들이라는 생각때문이죠. (결국 수분 부족으로 이서진은 제작진에게 하소연을 하지만, 결코 물을 많이 마시지는 않네요.) 그가 얼마나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는지는, 바덴바덴의 온천에서 야외 침대에서 2시간 동안 낮잠을 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남녀혼탕의 유혹마저도 녹초가 된 몸을 일으키지는 못했네요. (이서진의 군대에서의 종교행사 비유가 무척 웃긴데, 정곡을 찌른 표현 같습니다. 군대와 같을 정도로 여행중 이서진은 피곤하죠.)
그렇다면 여행이 끝나면 이서진의 이런 경험 역시 아무 소득 없이 끝날까요? 아닙니다. 나중에 그 자신이 아버지가 된다면,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했던 이 모든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버지상을 만들 것입니다. 오늘 꽃보다할배를 보다가 그동안의 시청자 입장의 후기에서 벗어나서 이서진 입장에서의 후기를 한번 써봤습니다. 물론 이서진에게 폭풍 칭찬한 신구나 처음에는 무척 어려웠지만 차츰 가까워진 박근형 역시 이서진의 아버지상 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아버지상 혹은 어머니상을 갖고 있나요? 물론 친아버지, 친어머니말고 마음속의 상말이죠. 그것이 이서진처럼 많이 다른가요? 아니면 거의 비슷한가요? 그리고 자식들에게는 자신의 마음속의 아버지상(혹은 어머니상)처럼 행동하나요? 만약 그렇다면, 자식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오늘의 꽃보다할배,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방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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