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글처럼) 김예림에게서 스무 살의 풋풋한 아가씨의 느낌을 받았다면, 조정치와 정인 커플에게서는 정말 오래된 커플의 '정'이 느껴졌습니다.
조정치가 차에서 먼저 내리고 그냥 문을 닫아버리는 '실제커플의 살아있는 매너'도 봤지만, 그것은 둘이 서로 익숙하기에 나온 장난이죠.
실제 조정치의 정인에 대한 마음은 종이박스로 배를 만들 때 나옵니다.
종이박스로 배 만들기에 열중한 조정치는 어느새 방송인 것도 잊어버리고, 정인의 손이 칼로 베일까 걱정합니다. 그러다가 정인이 머리로 천장에 헤딩을 하자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이 나타납니다.
목소리와 얼굴에 진심으로 걱정하는 심정과 안타까움이 묻어서 나오네요. 괜히 11년차 커플이 아니었습니다. 방송중 사랑의 유람선을 타고 데이트하는 모습까지...
이것은 조정치가 방송을 잊어버렸을 때의 행동이고, 평소에는 윤종신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깐족거리는 모습이 많이 나오네요.
"하하, 재수없어."라는 오프라인 악플이 작렬한다든가,
"이게 다 행복이에요.", "이 맛에 살아요." 라고 닭살커플의 멘트는 꼭 윤종신의 깐족거리는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게다가 윤종신에게는 없는 저질섹시까지 보여주네요.
씨스타19의 '있다 없으니까'
배를 만들 때도 봤다시피 조정치는 제도까지 하면서 꼼꼼하고, 정인은 대충대충 덜렁거립니다. 이렇게 성격이 좀 반대인 사람이 만나야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나 봅니다. (성격이 반대더라도 서로를 위해 주는 마음이 없으면 매일 싸우죠.)
조정치 정인이 실제커플이라면, 런닝맨에는 월요커플이 있습니다.
사랑전문가인 개리가 사자성어로 빵 터트리네요. 자나깨나 잊지 못한다의 말(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잠 못 듦)을 '오매불방'이라고 합니다. 정답은 오매불망이죠.
(이건 착각을 한건지, 아니면 일부러 그랬는지 알 수가 없네요. 그래도 오리무중, 불철주야란 말을 보면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광수와 존박 커플이 주워먹기에 성공합니다.
뗏목을 만든 개리와 송지효는 또다시 티격태격합니다. 바로 개리의 잔소리 때문이죠. 원래 남친(남자친구)이나 남편에게 자동차 운전을 못 배운다는 말이 있는데, 개리가 그 영역을 배타기로 확장시키네요.
(하긴 개리가 무한도전 조정을 하면서 노젓기는 도가 텄을 듯)
그렇게 개리가 송지효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힘껏 노를 저었지만, 종이배 경주대회는 3등을 하고 맙니다. 그러자 개리가 많이 아쉬워하고, 송지효는 또 그런 개리를 다정히 위로해 주네요.
(고개숙인 남자와 등을 두드려주는 여자)
이것이 비록 사랑이 아니고 동료애더라도 저는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승부에 임하고, 패배를 너무 아쉬워하고, 그런 파트너에게 진심을 담아서 위로를 해주는 모습처럼 아름다운 것은 별로 없죠.
하지만 런닝맨 제작진은 이런 모습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이용하려고 했습니다.
오늘 최종 결승에 오른 커플은 조정치 정인커플과 개리 송지효 커플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심리테스트를 하는데, 룰은 아래와 같습니다.
- 남녀 모두 짝을 선택할 경우 황금은 몰수, 사랑만 확인
금과 짝을 선택한 경우, 금을 선택한 사람만 그 팀의 금을 모두 가져감
둘 다 모두 금을 선택할 경우, 모든 금을 몰수
마지막 미션의 결과 조정치는 황금을, 정인은 사랑을 택했고, 개리와 송지효는 모두 사랑을 선택했습니다.
이대로라면 개리 송지효 커플은 금을 모두 박탈당하고, 조정치 정인 커플만 금을 가져가는 형국이 됩니다.
(사실 위의 룰 자체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텔레파시)을 테스트한다는 의미에서는 조정치와 정인이 가장 현실적이면서 절묘한 선택을 한 거죠.)
그런데 마지막에 제작진이 감춰두었던 '최상의 룰'이라는 것이 나타납니다. 그 결과 '사랑과 사랑을 선택한 커플'인 개리 송지효 커플은 자신들이 보유했던 두 배의 금을 가져 갑니다.
이런 룰을 감춰두었던 것도 이상하지만, 개리 송지효 커플이라는 월요커플을 위해서 조정치 정인 커플을 들러리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실제커플인 조정치 정인을 누르고 최종우승을 한 개리 송지효가 감격적인 포옹을 했지만, 찜찜한 마음에 봐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사실 '죄수의 딜레마'를 어설프게 차용한 것도 그렇지만, 의도적으로 개리 송지효 커플을 띄우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눈에 거슬리는 한편이었습니다. (능력이 안 되는 심리 게임은 아예 손을 대지 말기를 바라네요.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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