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강신주는 참 흥미로운 사람같습니다. 굉장히 완곡하게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갑자기 '자본주의의 전복을 원한다'며 급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는 권력의 개가 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되어도 좋다고 충고합니다(국정원 댓글 사건 비유). 물론 만약 그렇게 되면 아내나 아이를 위한다는 변명을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이 짐승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죠.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친일파 역시 문제가 되는 것은, 후에 그들이 변명을 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사랑은 사적인 영역(사람간의 관계)에서도 중요하지만, 공동체 구성 원리이기도 하다면서 흡사 기독교(종교)와 비슷한 주장을 하기도 하죠.
과연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그리고 그에게 웃기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과연 말도 안되는 질문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강사 겸 대학 교수 강신주는 1967년 경상남도 함양에서 태어났습니다(고향). 올해 나이가 48살입니다.
(강신주 학력, 학벌) 연세대학교 (학부), 서울대학교 (석사 학위), 연세대학교 (박사 학위)
(강신주 프로필, 경력)
철학박사 강신주에게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유학파로 장악된 국내 인문학계에 별로 없는 국내파 출신이고, 대학때의 전공은 철학이 아니었습니다.
(강신주 대표 저서)
철학 삶을 만나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 철학 VS 철학,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관중과 공자, 철학의 시대, 김수영을 위하여,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강신주의 다상담1, 강신주의 다상담2, 강신주의 감정수업
왜 철학을 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강신주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정전기 때문이다. 80년대에는 보통 대학 3학년2학기에 취업을 했는데, 나는 당시 울산에 있던 유공에 들어갔다. 그런데 정전기가 나더라. 처음엔 짜릿, 정도였는데, 나중에는 스파크가 나더라. 당시 지방으로 내려가면 호텔을 잡아줬다. 호텔에서 직장생활 해 봤나? (웃음) 정전기가 왜 났을까 알아봤더니, 내가 너무 작아져 있었던 거다. 부당한 것에도 바로 위 대리랑도 맞장도 못 뜨고. 당시엔 돌 던지는 게 일종의 유행이었는데, 나는 책을 더 강하게 읽었던 학생이었다. 그러다 취업을 하니 정전기가 일어났고, 그래서 대학원을 준비했다."
"처음에 철학을 했던 이유는 지적 허영심 때문이었다. (웃음) 어려워서 매력적이었다. 지금 하라면 안 한다. 사회학, 정치학, 소설 다 쉬웠는데, 네(철학)가 얼마나 어려운가 보자, 해서 철학을 시작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린 건 30대 후반이 돼서 였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역시 정전기가 났다. 정전기가 없는 세상에 살고 싶어서 학교를 나왔다. 내겐 이것이 생물학적 반응이다. 지금도 정전기가 나면 안 한다. 사소하지만, 내겐 바로미터다."
처음 강신주의 직업이 정유 회사(유공)이었다는 점이 신기하네요.
결국 스파크(로 상징되는 자아 찾기)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을 들어가서 오늘날 인문학자 강신주가 되었습니다.
어릴 적 독서 습관이 재미있습니다.
강신주: "100% 추리소설을 읽었다. 철학책은 안 읽었다. 철학을 제대로 하게 된 건, 성장해서였기 때문일 것이다. 학부를 철학과에 갔어도, 이리 안 됐을 거다. 나는 그렇게 철학이 절실했는데, 지금 철학과를 가는 건 대부분 대학보고 가는 거잖나. 나는 억압된 사회를 통과하면서 나중에 철학 공부를 했다. 조건이 좋았던 거다. 어렸을 때도 주변에 철학책이 없었던 것도. 어렸을 때 철학책을 안 읽었으면 좋다."
강신주는 어렸을 때 철학책을 안 읽어도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아마 현실에 대한 고민을 하는 대학생이나 젊은 청년들이 시작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네요.
강신주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난 다음에 고민 상담을 무척 많이 합니다. 김어준의 색다른 삼담소에 출연하기도 했죠.
어쨌든 철학자이자 현재의 자본주의에 문제가 있다고 외치는 강신주에게 사람들이 모든 종류의 고민 상담을 다 하는데, 특히 재미있는 것은 두가지 부류의 사람들 같습니다.
(대학로 카페 벙커1에서 고민 상담도 했는데, 주진우 기자나 김용민 교수도 자리를 함께 했죠.)
첫번째는 그에게 사랑에 대하여 상담하는 사람이고, 두번째는 공부 잘하는 비법을 묻는 사람입니다.
강신주 역시 예전에 아내(부인)와 결혼을 했었고, 현재는 이혼해서 돌싱 상태입니다. 그런데 그에게 사랑에 대해서 고민 상담하는 것은 좀 이상하네요. 혹여 그의 아픈 과거를 건드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됩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강신주는 공동체 복원을 위해서 사랑이 가장 필요하다고 역설하지만, 그런 남녀 연애 상담은 그에게 너무 과한 짐을 지어주는 거 같네요(강신주의 철학과 사상).
두번째는 강신주에 대한 공부 비법을 묻는 말입니다. 물론 강신주는 여기에 대하여 거부하지 않고 대답을 합니다.
"나는 연애편지 보듯이 책을 본다.
니체의 책도 연애 편지처럼 봤다."
여기서 서로간의 생각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네요.
학생(혹은 아이를 대신한 학부모)은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해서 강신주처럼 명문대에 가서 돈을 잘 벌까라는 의도로 이런 질문을 던지는데 반하여, 강신주는 공부하는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하긴 아무리 강신주가 공동체적 가치의 복원이나 사랑 회복을 외쳐도, 당장 나 자신이나 내 아이들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귀에는 아무 것도 안 들리겠죠.
흡사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같습니다.
(강신주 아버지)
여담으로 강신주 "아버지를 주말에 쉬게 하자, 주중에 피곤하니까."는 말은 매우 잔인한 말이다. 이것은 어머니부터 아버지를 소처럼 일만 시키려는 생각이다는 말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하긴 주말에 피곤하더라도 자녀들과 스킨십을 하고 같이 놀아주는 아빠여야 나중에라도 자식들과 대화를 할 수 있죠.
오래 생각되는 강신주 명언(어록)중의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강신주의 철학은 김수영과 장자, 프리드리히 니체, 가라타니 고진 등으로부터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의 말과 행동을 보면 비트겐슈타인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거 같습니다.
제일 위에서 언급했던 '권력자의 개'에 대한 말도 비트겐슈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거 같으니까요. 그는 이렇게 말했죠. 말할 수 없으면 침묵하라고...
아마 강신주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거 같네요.
스타 강사인 강신주는 강연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대부분이 책 광고와 관련된 강연이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좀 덜한 강연도 있죠.
이런 강연을 보고 그가 힐링을 비난하는 또다른 힐러인지 아닌지 각자가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강신주 강의 동영상 모음
2013.11.15(금) 이야기쇼 울림 42회 -- 강신주 (철학박사) .
시대의 상담가, 철학자 강신주의 '감정수업' [한겨레談 4] .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을 좀더 정확하게 분류한 책과 이에 대한 설명 동영상
인문학강의 [Who am I] - 강신주 : 자본주의에 맞서라, 상처받지 않을 권리 (풀영상) .
참고로 강신주는 때때로 김난도와 비교되기도 합니다. 강신주 본인은 우리나라 철학자로 동양철학에서는 도올 김용옥을, 서양 철학으로는 김상봉과 김상환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리고 프랑스 철학에서는 들뢰즈를 높이 평가하는데 특히 '프루스트와 기호들'이란 도서를 추천합니다. 철학 책을 읽고 우리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들은 강신주의 책과 더불어 이런 사람들의 책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