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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기부처(한강) - 눈물 흘리는 법을 잊어버린 여자 한강 씀 이 작품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눈물없는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심지어 눈물 흘릴 줄도 몰랐다. 어쩌다가 내가 눈물을 보이면 두껍고 거친 손바닥이 날아오곤 했다. 나는 어머니 이상 손때가 매운 사람을 알지 못한다. 매를 맞으며 아파서 울면 더 세차게 손바닥이 날아왔다. 어깨에, 등짝에, 허리에. 눈물로 세상을 버티려고 하지 마라. (87p) 자식이 눈물로 세상을 버티지 않게 하기 위한 어머니의 교육이었겠지만, 결과론적으로 딸은 상처를 받았다. 어쩌면 눈물을 흘리지 못했기에 다른 사람의 아픔을 오롯이 감싸주지 못하는 냉정한 여자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을 표면적으로 보면 간단하다. 전신에 화상자국이 있는 남자를 마음씨 따뜻한 여자가 감싸 안고 결혼을 했다가 성격차이로 헤어지는 내용이다. .. 더보기
몽고반점(한강) - 처제와의 불륜으로 이어진 허무한 예술혼 이 작품을 단순히 보면 그냥 예술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년이 넘도록 예술혼이 죽어버린 비디오 아티스트가 처제의 엉덩이에 난 몽고반점을 보고 다시 예술혼이 불타오르다가 끝내는 불륜을 저지르고 만다. 특히나 그 처제는 유혹에 너무나 쉽게 넘어오는 정신이 약간 이상한 여자다. 하지만 처제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다른 소설이 된다. 처제는 월남전 참전 용사로 상징되는 아버지의 육식 강요행위를 거부하기 위하여 자살소동까지 벌인 여자다. 남편과의 성관계를 비롯한 모든 평범한 생활에서 벗어나고 끝내는 이혼까지 했다. 매일밤 꿈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형부가 자신의 몸에 꽃 모양의 그림을 그리자 드디어 평온을 되찾았다. 그리고 한마디한다. "고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녀는 말했다. "고기만 안 먹으면 그 얼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