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지난 20년간의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성과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0월 28일 밤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건희 주재로 350명의 계열사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신경영의 의미를 되새기는 공식행사가 끝난 다음에 초청 가수들의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이날 초청 받은 가수는 바다, 재즈가수 웅산 등이었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환갑을 훌쩍 넘은 나이에 바운스를 비롯한 19집 앨범 헬로로 다시 전성기를 연 조용필이 무대로 나왔습니다.
그때 사회자는 이런 멘트를 합니다.
"쉼없는 도전으로 기성가수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취를 이룬 '가왕(歌王)'의 인생행로가 끊임없이 도전하는 삼성과 닮았다."
조용필이 마지막 노래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열창한 다음에 이건희는 퇴장하기 위하여 자리에 일어서고, 조용필이 인사차 이건희의 자리로 옵니다.
그러자 이건희가 갑자기 조용필을 포옹합니다. 평소 절제된 행동만을 했던 이건희로서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행동이었죠.
아마 사회자의 멘트처럼 조용필이 자신이 일군 삼성과 닮았다는 생각에 그런 애정이 솟아난 거 같습니다.
분명 삼성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긴 하지만, 우리 사회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죠.
하지만 한 시대의 거인이었던 이건희가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감정에 사로잡히는 노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평소 행동과는 턱없이 다른 행동이었으니까요.
문득 이건희의 아버지였던 이병철 선대 회장이 떠오르네요.
종교를 철저히 부정했던 이병철은 죽기 직전에 한명의 종교인을 부릅니다. 그리고 "신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죽음 직전에야, 자신의 신념이 흔들린 거죠.
아마 거인이었던 이병철 역시 자신의 죽음 이후의 세계, 사후 세계가 궁금하고 걱정이 많이 되었을 겁니다.
이건희 역시 그런 감정적인 면모가 많이 보이네요. 결국 인간이란 세월과 죽음을 이길 수 없는 존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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