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33회에서 출연자들의 양극단적인 모습이 아주 잘 나타났네요. 김민준과 전현무가 가식적이며 인위적인 생활을 보인 반면에 김광규와 노홍철은 아주 자연스럽고 평소의 생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먼저 김민준을 살펴보겠습니다. 아침에 기상한 다음에 오디오의 먼지를 제거해서 듣습니다. 아마 평소에는 오디오를 듣지 않으니까 그렇게 먼지가 쌓여 있는 거겠죠. 그 다음에는 빵에 토스트를 발라서 먹는데, 첫번째 땅콩잼은 상해서 버렸고, 두번째는 이상한 형태로 응고되어서 못 먹을 정도입니다.
아무리 혼자 살다가 음식을 버린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죠. 평소에는 시럽을 뿌려 먹는다고 자막에 나왔는데, 스스로 카메라가 달렸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행동이 다르다는 점을 인증하는 셈이 되고 맙니다.
창문에 붙은 테이프 흔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벌써 2년 전에 붙였던 테이프인데, 이제야 방송 촬영 때문에 그것을 제거하려고 합니다. 평상시의 김민준이라면 제거하지 않았을 테죠.
그 다음에 한강에 방치해둔 제트스키를 타러 가는데, 김민준외에는 타는 사람이 한명도 없을 정도로 아주 추운 날씨입니다. 그저 방송을 위해서 추위를 참고 탔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네요.
그리고 식사로 짬뽕을 시킨 다음에 단골이라면서 가격을 묻는 모습이나 길 고양이를 위하여 집을 만들어 주는 모습 역시 무언가 괴리감을 느낍니다.
이런 점은 전현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교롭게도 수능날에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라디오 제작진이 케이크와 깜짝 선물을 준비했는데, 전현무는 상상도 안했다고 깜짝 놀라는 척합니다. 물론 이런 점은 단순한 농담으로 생각되고, 미용실에서 미역국에 밥까지 말아 먹는 모습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차에 타서 케이크로 허겁지겁 요기할 때, 차에 물이 전혀 없다는 점은 시청자 입장으로서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네요.
보통 차에 음료수가 비치되어 있든가, 아니면 일반인이라도 차에 타기 전에 무언가 마실 것을 손에 들고 탑승하니까요.
더욱이 이동 때문에 차를 많이 이용해야 하는 연예인들은 차 안에 웬만한 필수품들은 모두 구비해 놓죠. 그래야 자신이 편하니까요.
아무리 전현무가 허당 캐릭터라고 해도, 차 안에 물은커녕 마실 음료수조차 없었다는 점은 전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김민준 전현무와 다르게 김광규와 노홍철은 정말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노홍철은 비린내때문에 생선을 먹지 못합니다. 하지만 김광규 어머니는 그것도 모르고 장어구이와 고등어 조림을 준비해놨네요.
노홍철이 갖은 수단을 다 쓰다가,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장어구이를 먹는 모습이 충분히 공감이 갔습니다. 먹은 후에도 어머니의 정성이어서 충분히 먹을 만했다고 말하는 노홍철의 모습에서 인위적인 면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거든요.
김광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집안 구조를 설명하면서 옛날에 신혼부부가 살았던 방을 소개합니다. 그 작은 집에서 7명이 함께 동고동락을 했던 거죠. 그리고 나중에 그때의 신혼 부부의 남편이었던 사람이 이제는 백발이 되어서 등장합니다. 김광규의 진정성을 약간이나마 의심하는 사람이라도, 이런 주변의 증언으로 그것이 깨끗하게 해소될 것입니다.
그리고 삼십년이 지난 졸업사진에 교장과 교감 선생님의 이름 옆에 낙서를 해놨고, 자신을 괴롭히던 여학생의 얼굴을 펜으로 지워버렸던 졸업앨범 역시 현실 그 자체같네요.
시청자들은 나혼자산다와 같은 관찰 예능을 왜 보는 걸까요?
그것은 스타의 평소 모습을 보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20년 지난 대전 엑스포때의 티셔츠를 꺼낸 김광규나 장롱을 옮기다가 발등을 찧은 노홍철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 자연스러움을 봤고, 김민준과 전현무로부터는 인위적인 모습,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김민준과 전현무는 이 프로그램을 단순히 돈벌이나 홍보로 생각하는 걸까요? 왜 자신을 꾸미고 없는 모습을 인위적으로 보이는 걸까요?
혹시 평소의 모습이 방송용으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너무 재미가 없기 때문일까요?
오늘 나혼자산다는 너무나 극과 극의 방송이었습니다.
p.s 마지막으로 김광규가 부산집을 마련하면서 꿈을 이루어서 기분이 너무 좋다는 말에 깊은 공감이 갔습니다. 오늘 김광규는 어머니에게 효도를 했는데, 사실 더 큰 효도는 빨리 장가를 가는 일이죠.
김광규가 오늘 "꿈을 이루어 기분이 너무 좋다."는 말이 어머니의 입에서 나오려면 한 가지 길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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