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에 스타 작가 신경숙이 출연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신경숙 학창시절, 여공으로 일하면서 고등학교로 진학한 이야기, 대학 진학, 남편 남진우와의 결혼 등을 이야기했는데, 결국 중심 주제는 '엄마'였습니다.
신경숙이 어렸을 때 신경숙의 어머니는 딸이 책을 읽는 모습을 많이 좋아했죠. 그 덕분에 신경숙이 책을 많이 읽고 오늘날 작가가 된 거 같습니다. 어렸을 때 어른들, 특히 부모님의 행동은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니까요.
우리 대부분은 엄마라는 존재를 굉장히 강한 존재로 묘사합니다. 자식들을 위해서는 못하는 것이 없는 슈퍼우먼으로 생각하기 쉽상이죠. 하지만 작가 신경숙은 자신의 통찰력으로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설파합니다.
엄마 역시 태어날때는 한낱 아기일 뿐이고, 살면서 모진 고난을 헤쳐 나가기에 연약한 인간일 뿐이죠. 다만 아이가 생기고 엄마가 된 이후에는 초능력을 발휘하는 거처럼 자신의 능력 이상의 힘든 일을 감당하곤 합니다.
성유리 역시 신경숙의 책을 통하여 감동을 받았던 사실을 고백합니다. 어렸을 때는 엄마가 오빠만 편애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신경숙의 책을 읽은 다음에는 첫째여서 잘 해주지 못한 애틋함이 그런 사랑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죠.
이경규는 자신의 아내를 엄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병간호를 해주던 아내가 사실은 엄마의 마음으로 자신을 보살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 거죠. 일견 그냥 재미로 말했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이경규 말의 본질은 다른 사람에 대한 보살핌의 대명사로 엄마라는 존재를 차용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보살핌의 감정은 바로 사랑이었고요.
이렇게 오늘 힐링캠프에서는 엄마라는 존재를 다각도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김제동의 고백이었습니다.
김제동: "엄마와 정이 별로 없다. 외할머니 등에 업혀 있을 때 들었던 애비 잡아먹은 자식이라는 말이 잊히지 않는다.
엄마는 늘 호통치고 차갑기만 했다.
심지어 내가 연탄가스에 취했을 때, 엄마는 그냥 동치미만 먹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대했다."
김제동이 생후 3개월이 되었을 때, 아버지를 잃습니다. 그 때문에 김제동은 아비 없는 아이로 자랐으며,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정을 느껴보지도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기억이 어머니에 대한 모든 기억이 아닙니다.
김제동: "어려운 형편인데도 내가 좋아했던 우동과 황도캔을 사줬다.
엄마는 굉장히 복합적인 존재인 거 같다.
지금 이 나이에 생각해보니, 육남매를 데리고 혼자가 된 마흔 정도의 여자가 보인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하나의 모습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신경숙의 엄마가 시골집에서 농사를 지으며 남편과 함께 육남매를 키웠다면, 김제동의 엄마는 마흔도 되기 전에 남편을 잃고 홀로 오남매를 키우게 됩니다. 각박한 세상에 아이들까지 딸린 김제동의 엄마는 어쩌면 아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사치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오로지 아이들을 데리고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이었으니까요.
결국 김제동의 말 "엄마는 굉장히 복잡한 존재"는 아이들에 대한 따스함을 가졌으면서 동시에 강인한 어머니의 상이 크게 부각된 경우죠.
아마 그때 김제동의 어머니 역시 신경숙의 말처럼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했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아마 김제동의 어머니에게 아이들이 없었고, 또한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면, 세상살이가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테니까요.
사족. 엄마뿐만 아니라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죠. 밖에서의 어려운 일을 가정에서 말하는 남자는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 모두 감당하고 속으로 삭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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