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과거 2004년 정도에 김영하가 이적의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어린 학생의 고민상담을 해준 내용입니다.
아래의 장문의 내용을 봐서, 현재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전 글 참조) 김영하 어록 명언들과 인생 교훈
이적: (오늘의 고민 신청자는) 서울시 영등포구에 사시는 19살 소녀, 이모양입니다.
고민이 생겨버려서 처치 곤란을 찾았네요. 다름이 아니라 심각하게 현실 도피를 한다는 겁니다.
이적: 심각한 문제에 맞닥뜨리면 그걸 맞서서 해결할 생각은 않고 그걸 잊으려고 TV로, 인터넷으로, 게임으로 도망간다는 거지요.
이적: 물론 도망을 갔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참을 수 없는 자괴감, 허무함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정말 어떡해야 할까요. 고치려고 해봤지만 현실에 맞서는 독기는 한 시간 정도 갈 뿐 쉽질 않네요. 도망가고 싶어질 때 무슨 생각을 해야 현실에 맞설 용기가 팍팍 생기는 걸까요?
김영하: 현대인 중에 상당히 많은 수가 일시적으로나 아니면 장기적으로나 이렇게 행동하고 있죠.
이적: 현실도피!
김영하: 뭔가를 많이 해야 된다는 사실 때문에 현실 도피를 하는 건데, 그것을 다른 용어로, 문학계 용어로는 '저항'이라고 합니다.
이적: 아, 저항.
김영하: 그러니까 작가들이 글쓰기 전에 겪는 일이 그것과 비슷해요. 글을 써야 되는데, 어쩐지 책상이 약간 지저분한 것 같아~ 책상을 치워요. 그리고 연필을 깎아야 할 것 같고, 손톱도 조금 지저분한 것 같아요. 결국 방까지 치우고 너무 피곤해서 잠을 자야 해요.
이적: 그러면 하루가 다 가죠.
김영하 : 그렇죠. 시험 공부 해야 돼. 근데 너무 피곤해. 시험공부를 하려다 보니까, 컴퓨터의 폴더들이 너무 지저분해요. 컴퓨터 파일 정리. 폴더를 정리하고, 심지어 (컴퓨터를) 포맷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포맷하고, 그러면 너무 피곤해. 자는 거죠.
김영하: 이것도 일종의 저항이에요.
이적 : 아하.
김영하 : 그러니까 해야하는 일의 중압감이 너무 커서, 그 일로부터 달아나려고 할 때, 그러나 그냥 달아나는 것은 너무 자괴감이 크니까, 뭔가 별 거 아닌 일을 하면서 보내는 거죠.
김영하: 심지어 어떤 글을 써야한다고 한다면, 그것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모은답시고 몇 주 보내는 거예요. 사실 그 자료는 사용하지도 않죠.
김영하: 왜 시험기간 다가오면 복사만 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친구는 도곡동 사는데, 자기는 봉천동 살면서 가서 노트 빌려서 복사하고, 그러느라고 하루가 가요. 그러고 또 (막상 노트는) 보지도 못해. 해야 하는 일의 중압감이 크기 때문에그것을 하지 않으려고 다른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거죠.
김영하: 그런데 이게 점점 더 정교해져요. 이 분 같은 경우는 앞으로 나이를 먹어갈수록 저항이 훨씬 세련되어질 겁니다.
그런데 이것은 막을 수가 없어요.
김영하: 사실 방법이 딱 하나 있어요.학생들한테 글쓰기 가르칠 때 그런 얘기하는데, 그런 일을 하고 있을 때, 이것이 저항이라는 걸 인정하라는 거예요. 아, 이게 지금 내가 숙제를 하기 싫어서 이걸 하는 거구나.
이적: 아, 하!
김영하 : 마샤 그레이엄이라고 무용계의 대모 있지 않습니까? 그 할머니가 아흔 살이 다 되어서 한국에 왔었어요. 휠체어를 타고 김포공항에 내렸어요. 기자들이 와서 물어봤어요. 춤을 잘 추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라고요.
김영하: "그러자 (그 할머니가) Just do it! (이라고 말했어요.)
이적: (웃음) 이게 무슨 광고도 아니고.
김영하: 무슨 N사에서 협찬 받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할머니 톤으로) Just do it! 이러고 갔어요.
이적: 팩스로 넣어 주시지 그걸.
김영하: 현대 무용의 대모가, 평생 현대 무용을 개척해 오신 분이 한 말이 그거예요. 왜냐하면 무용가에게도 저항이 있거든요. 그냥 추면 되는데, 잠시 몸 풀다가 하루 다 가고.
김영하: 그러니까 고민사연 주신 분 같은 경우에도 정작 해야 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중압감을 주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는 건데요. 적어도 이것을 아실 필요가 있어요. 모든 사람이 그런 일을 겪고 있다.
김영하: 회사원들이 왜 낮에 모두 빈둥거리겠어요. 그리고 왜 야근하면서 일을 다 하겠어요.
이적: 하하하
김영하: 낮에는 저항하는 거예요. 메신저하고 뭐하고~~
이적: 저항 할 때까지 한 번...
김영하: 저항할 때까지 해보는 거예요. 그리구 최후의 순간에 몰려서 하는 건데요. 그것은 모든 사람이 겪는 일이고, 이 분은 그걸 아실 필요가 있어요.'어, 지금 그 일을 할 때가 됐군. 그 일을 해야지,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다음 일을 해야지.' 이런 사람은 전 세계에 없다. 그건 미친 놈이다.(웃음)
이적: (웃음) 하하하하-
김영하: 최후의 순간까지 미루다가 하는 건데, 결국 최후의 순간에 하는 그 일의 질에 따라서 모든 게 결정되는 거죠.
이적: 아 하, 그렇군요.
김영하: 평소에 공부하라고 선생님들은 늘 말씀하시죠. 정작 선생님들은 그렇게 했을까요?
이적: (웃음)
김영하: 안 해요.선생님들도 시험문제는 최후의 순간에 내요. 시험문제 미리미리 낼 것 같습니까? 교감 선생님이, '김선생, 그거 어떻게 된 거야?' 그러면 '다 돼 갑니다.' 대답하고선 집에 안가고 시험문제를 내고 있어요.
김영하: 그리고 선생님들끼리는 다 알죠. '이 선생도? 김 선생도?' 그러면서 애들보고는 '좀 미리미리 공부 좀 해라! 예습 복습 좀 하고.' 하지만 그게 안됩니다.
이적: 이러면 좀 힘이 되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자기 합리화가 되지는 않았으면... 그러면 김영하 선생님도 '몇 일까지 원고 쓰세요' 하면 그 때 막 쓰나요?
김영하: 저도 90%는 '삐대는' 거죠. 90%는 괴로워하며,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자료도 찾고, 드러누워서 생각한다며, 생각하다가 자고... 그리고 별 짓을 다해요. 그리고 최후의 순간에 책상에 앉죠.
이적 : 재미있는 건 그 거에요. 누가 곡을 달라고 그랬을 때,그러면 나한테 두 달 정도는 줘라, 사실 두 달 동안 곡을 쓰진 않잖아요. 거의 마지막, 거의 전전날 '아직 안 됐냐?' 그러면 '어, 그래' 하고 하곤 했는데, 그런데 거꾸로...
이적: 그런데 거꾸로 이게 하루에 곡을 다 쓸 거면, 그러면 하루에 한 곡 씩 곡을 다 쓸 수 있냐 하면 그것도 절대 아니에요. 그 소모한 59일이 반드시 필요한 거죠.
김영하: 저항을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예술가들에게 한정된 거라서 말씀을 안 드리려고 했는데, 그것은 너무 일찍 시작해서 내 능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그것 때문이에요.
김영하: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적 씨한테 두 달을 줬는데, 왜 첫 날부터 시작을 안 하냐 하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약간 부족하기도 하고, 좀 더 시간을 끌었을 때, 더 좋은 걸 나중에 할 수도 있는데... 그런 문제.
김영하: 또 하나는 한 번 손을 대면, 특히 이런 예술 장르의 것들은 소설이든 예술이든 아마 비슷할 것 같은데, (나온 결과물을) 돌이키기가 어려워요.
이적 : 맞아요.
김영하: 한 번 착상한 것은 아무리 고쳐도 잘 안돼요. 나중에는 어쩐지 이거보다 더 나은 착상이 나올 수도 있는데, 괜히 기다려보는 거죠. 뭐 나올수도 있죠. 그런데 이건 예술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이 분 (고3 여고생) 같은 경우는 그런 것 같지는 않고요, 이 분 같은 경우는, 해야 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이적: 우리가 각자 갖고 있는 저항을 바로 저항이라고 즉시 인정할 수 있는 것만 해도 많은 진보인 것 같아요.
김영하: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이걸 겪고 있다. 일부 환자들 빼고는.
이적 : (웃음)
김영하: 회사에 가면, 보스들 중에 왜 워커홀릭들 있잖아요?
이적: 예
김영하: 최근에 영국의 한 경제학 잡지에서는 '워커홀릭들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CEO들에게 보냈어요. 왜냐하면 당장 볼 때에는 워커홀릭인 부장이 일을 열심히 하고, 부하직원들에게도 카리스마가 있죠. 앞장 서서 '내가 해줄게'하면서 다 하고, 그래서 단기간에 성과를 높일 수 있지만, 이 사람들이 나중에 반드시 회사에 큰 사고를 친다는 거예요. (영국의 모 경제학 잡지에서는) 이 사람들은 일종의 정신병자라는 거죠.
이적 : 으흠
김영하 : 비정상적이라는 거예요. 성취욕이 지나치게 강한 거예요. 그래서 도덕심이 결여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대요.
이적: 아 하
김영하: 나중에는 비도덕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죠. 불법적인 거래를 해서라도 성과를 높이려는 유혹을 쉽게 받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라는 거죠.
이적: 네
김영하: 결코 바람직한 게 아니에요. (고민사연 보내신) 이 분이 정상이에요.
이적: 무척 위안이 되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결국 김영하아 고민 사연자 (고3 여고생)에게 던진 해결책의 실마리는 바로 '이것이 현실도피, 혹은 저항이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네요.
공부나 시험준비, 업무 등 자신이 과중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하고 받아들인 후에야, 이걸 해결할 수 있다는 충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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