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소한 결함들외에, 저의 마음을 크게 사로잡은 부분은, 바로 아래와 같은 장면이었습니다.
(원래 통편집되었다가, 나중에 감독판에서 공개가 되었죠.)
(이전 글 참조) 호주제 폐지와 난중일기에 대한 정재승과 유시민의 실수
유시민: "생명 연장을 위해 자신의 몸을 300년 간 ‘냉동인간’으로 보관되었다가 이후 질병을 치료하겠다고 신청하는 사람들은 ‘어리석다’(라고 생각한다.)"
정재승: "지금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 삶은 유한한 것이고,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어떻게 죽느냐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재승의 낚시입니다.
여기까지 정재승이 말하자, 유시민과 황교익, 김영하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면서 낚시에 걸립니다. 심지어 유시민은 "가장 중요한 것이다."라면서 열렬하게 호응을 했죠.)
하지만 한국어는 마지막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말처럼,
정재승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재승: "... 이걸 강조하는 지금의 이 문화가, 과학 기술의 토대가 바뀌었을 때, 이것 (위의 낚시)이 늘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정재승: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노욕이라고 해서 안 좋게 보시는 건데, 예를 들면, “아이를 낳았는데 유전병에 걸려서 아이가 3살이면 죽는다. 유전자 치료를 하면 아이가 기대수명 정도를 살 수 있다. 그러면 자연의 순리를 벗어난 일인데 우리는 치료를 하지 말 것인가?"
정재승: "그 다음에, 만약 5년만 냉동인간을 하고 치료가 가능하면, 5년간 냉동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황교익: "...그런 것도 안 돼죠."
유시민: "정박사 말도 잣대를 어딘가 끊기가 되게 어려워. (냉동기간이) 300년이 아니라 3년이라면, 3년이 아니라 3개월이라면... 이렇게 내려오면 우리 인생에서 많은 문제가 정도 차이의 문제예요."
유시민: "처음에 어리석음과 지혜로움 혹은 옳고 그름의 잣대로 끊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정도를 낮추게 되면 어디에 경계선을 그어야될지 모르겠다."
유시민: "아까는 어리석다고 표현한 것은 취소할게요. 이렇게 표현할게요 나라면 그렇게 안하겠다... 라고."
정재승: "네, 네... 저도 안해요. (그런데) 죽음을 대하는 품격이라는 것도, 시대가 바뀌고 과학기술의 토대가 바뀐다면, 아마도 바뀔 수 있는 가치관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거죠."
(나중에 알쓸신잡 감독판에서)
유시민: "나중에 돌아가서 그 논쟁을 다시 복기해보면, 이게 이슈가 뭐였나 생각해봤다. 처음에는 단순한 냉동인간에 대한 질문인 것 같았다. 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이런 거에 관련된 질문으로 생각했다."
유시민: "(첫 가정으로) 불치병에 엄청난 억만장자가 300년 냉동인간이 된다면? 이렇게 설정을 했었다. 그래서 나 같으면 안해. 이렇게 대답을 했다."
유시민: "그런데 이게 점차 질문을 수정하면서, 병에 걸리기 전에 계약을 하고 (멀쩡한 정신으로 계약을 하고), 기간이 점점 짧아져 (막판에는 3개월)..."
유시민: "결국 이것이 어떤 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에 관한 질문이 아니고, 과학기술의 변화 또는 발전과 우리가 가진 윤리적 명제 사이의 관계에 대한 몹시 중대한 철학적 질문이라는 생각이 막판에 들었다."
정재승: "오우~ 예. 제가 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유시민: "다른 한편으로는 윤리 그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로 받아들였다. 우리가 보통 직관적인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 사람을 죽여도 돼? 안돼? (당연히 안 되지)"
유시민: "그래서 우리가 보통 가지고 있는 윤리적 기준은 Yes or No 이다."
유시민: "우리가 그렇게 절대적인 선악을 가르는 윤리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딱 잘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점진적으로 No에서 Yes로 가거나, Yes에서 No로 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윤리, 그 자체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유시민: "(정재승이) 얼마나 훌륭한 교사야. 난 지난 몇 년간 이렇게 고차원적인 문답을 한 적이 없었다."
유시민: "윤리의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나? 원천적으로... 만약 (그런)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에 의지해서 살아가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장면에서 정재승의 뛰어난 점은 바로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의 틀'을 깬 것이고,
유시민의 경우는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의 지적에도 흔쾌히 자신의 생각을 바꾸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정재승처럼 지적으로 뛰어나기도 쉽지 않지만,
유시민처럼 유연하게 자신의 잘못과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 역시 굉장히 어렵죠.
더욱이 유시민의 경우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더 높은 차원의 생각'에 대한 단초까지 얻었네요.
비록 유희열이 농담삼아 유시민의 새 책에 대하여 운운했는데, 실제로 유시민이 본인의 깨달음을 정리하여 새책으로 냈으면 합니다.
그 외에 알쓸신잡에 나온 정재승의 어록 명언들입니다.
* 정재승의 어록 명언 (상상의 어원)
정재승: "상상(想象)의 어원은 무엇일까? 코끼리의 형상을 머릿속으로 그리다. 즉, 온전한 상상이란, 과학적 상상 + 예술적 상상 + 문화적 상상이다."
* 정재승의 장어와 정력의 상관관계
정재승: "장어는 정력에 효과가 없어요. 그리고 플라시보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지 마세요. (플라시보로써의 장어 효과도 없다는 뜻)"
* 정재승의 에디슨과 영감
정재승: "에디슨이 한 말 중 제일 유명한 말 있잖아요.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이다' 이 이야기가 천재가 어떻게 만들어진다는 뜻일까요?"
정재승: "노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처럼 들리잖아요. 이 이야기의 핵심은 오히려 반대인 거예요."
정재승: "잡지사 기자가 물었어요. "당신은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습니까?" 물었더니, 에디슨은 "그야 99%가 노력이죠. 많은 사람이 노력을 합니다. 저는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1%의 영감이 있습니다", 라고 대답을 한 거예요."
정재승: "즉, 99%의 노력은 너무 당연하고.. 1%의 영감이 중요한데, 온통 그 생각을 오래 많이 해야 (영감이)나한테올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는 거죠."
정재승: "에디슨에게는 3,400권의 노트가 있어요. 그리고 계속 영감 비스무리한 것만 떠올라도 그걸 다 적은 거예요. (즉, 에디슨은 영감을 위하여 이렇게 노력을 했어요.)"
* 정재승의 독서 이론
정재승: "독서가 어떻게 습관이 돼요~! 독서가 쾌락이 되어야 평생 독서하는 어른이 되죠."
* 정재승의 수학 이론
정재승: "그런 것처럼 수학을 즐기는 아이가 되려면 그 아이에게 수학이 굉장히 즐거운 방식으로 처음에 받아들여져야 해요."
정재승: "수학을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일인데... 대한민국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한 번도 수학을 이제 안 봐도 돼서 너무 행복한 어른을 세상에 계속 내보내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정재승에게도 약점이 있습니다.
그가 아무리 뇌과학자이면서 예술과 영화 등에 대한 다방면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선천적인 이과생인 것만은 숨길 수가 없죠.
마지막 회에서 황교익이 이런 말을 합니다.
"너무 재미있었다. 이야기를 오래 나누다 보면 그 사람의 감성과 감수성이 들어온다. 가장 기뻤던 게 김영하의 뇌가 내 머리로 들어온 것이다."
정재승: "하지만 김영하의 머리가 더 커서 그의 뇌가 황교익의 뇌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김영하: "(정재승에게) 이 비유를 못알아채는 과학자야~ 아까 무인도에 가져갈 책도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책을 가져간다고 하더니...(그렇게 이해를 하더니...)"
(사실 무인도에 가져갈 책은 '생존을 위한 책'이 아니라,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 무엇인가? 혹은 인생의 마지막에 옆에 둘 책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더 가깝죠.)
확실히 정재승에게는 일반적인 감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알쓸신잡이 좋은 점은, 이렇게 5명의 출연진들이 서로 다름을 알고, 그것을 무리하게 '같음'으로 만들지 않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정재승과 다른 4명의 다름과 같음이 서로 어울리면서, 삶에 대한 다채로운 향연이 펼쳐진 것이죠.
뒤늦게나마 정재승에 대한 글을 썼는데, 어서 빨리 알쓸신잡 시즌 2가 시작되었으면 하네요.
(다음 글) 정재승 교수의 창의력과 누트로픽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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