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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무릎팍도사는 장혁에게 왜 전지현의 도청이야기를 묻지 않았을까?

 

 

무릎팍도사가 장혁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다음 주부터는 '스토리쇼 화수분'이 대체 방송될 예정입니다.

 

무릎팍의 애청자로써 이대로 무릎팍이 폐지되는 것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하지만 오늘 장혁편에 있었던 두번의 커다란 기회를 모두 놓쳐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무릎팍의 생명이 다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장혁

먼저 자잘한 것부터 말해보겠습니다.

제일 처음에 장혁의 이력을 읊을 때(듣겄어 프로필) 이수근과 장동혁은 몇 년전에 개콘에서 써먹던 만담 스타일로 하더군요. 그것도 차별화를 준답시고 충청도 사투리로 하는데, 옛날 스타일을 보는 것처럼 지루하기만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수근과 장동혁이 장혁에게 하는 질문은 너무 뻔하기에 맥을 끊기만 하더군요.

(대본에 있는 질문이던가요? 그렇다면 두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제작진의 잘못이네요.)

 

이수근

차라리 조용히 있는 올밴(우승민)이 그리울 정도입니다.

 

 

그 다음에는 강호동의 진행 역시 문제가 많습니다.

몇 년 동안 변화하는 예능의 흐름을 전혀 쫓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예전이 게스트에게 돌직구 질문을 던지는 불독형이라면, 요즘은 그냥 시골 장터를 떠돌면서 약 파는 약장수처럼 보이네요.

 

강호동

장혁과 함께 한 여배우들, 전지현, 신민아, 공효진 등 대한민국의 핫한 여배우들을 몽땅 언급하고는 "왜 사랑하게 됐는지, 그 얘기는 잠시 뒤에 (하겠습니다.)"라고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기대감을 줍니다.

하지만 결국 아무런 결과도 없을 뿐입니다. (사실 장혁은 스캔들이 거의 없는 몇 안 되는 남자 배우 중의 하나입니다.)

 

강호동은 약을 팔아도 그런 식으로 팔면 안 됩니다. 오늘 굉장히 좋은 소재 두 가지를 모두 놓치는 것을 보니, 토크쇼에 대한 감을 완전히 잃었더군요.

 

그리고 장혁의 어릴 적 성인비디오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에피소드는 왜 나오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깝툭튀입니다.

설마 '인조인간 337'에 초등학교, 중학교 동호회 회원들이 집단 멘붕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시청자들이 감명을 받기를 바란 것은 아니겠죠?

그리고는 마지막에 남자들의 사춘기 시절에 다 그렇다는 식의 변명을 하는 것은 너무나 구태의연한 진행이었습니다.

설마 장혁이 사춘기 시절에 그런 비디오를 봤다고 비난할 사람이 있기나 있나요?

 

그나마 장혁이 군대에 있을 때 킨제이보고서를 3번 독파했다는 것, 그리고 강호동이 여자들이 화장실에 같이 가는 이유를 물은 것은 그런 대로 흥미를 느끼게 했습니다.

장혁

 

그리고 장혁의 입에서 전지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디션을 보러 다닐 때인데, 전지현 때문에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와 파토가 납니다. 어린 전지현이 사무실에 얘기를 했기 때문이죠.

 

제가 무릎팍도사 혹은 제작진이라면, 바로 이 부분을 집중 공격했을 겁니다.

장혁은 바로 앞에서 소속사를 17년 동안 한번도 옮기지 않은 의리남인 것을 과시했습니다. 싸이더스의 정훈탁 대표를 '은인', '사무실 큰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신뢰한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무릎팍도사는 이렇게 질문했어야 합니다.

"전지현 도청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혹은

"정훈탁 대표의 전지현 계좌 도용 사건(차명계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훈탁 대표는 20099월 코스닥 상장사 스톰이앤에프 주식을 전지현 명의의 계좌로 사들인 뒤 그해 7~8월에 이 회사를 인수 합병했다고 공시해 주가를 띄워 22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

 

, 3때의 어린 모습부터 봐왔던 동료 여배우인 전지현과 그가 평생 동안 신뢰해온 정훈탁 간의 커다란 두 사건에 대해서 중간자적인 입장인 그는 어떻게 바라봤는지, 그리고 그가 알고 있는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를 물어봤어야 했습니다.

(비록 게스트인 장혁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더구나 오늘 정훈탁 대표의 이름이 정말 많이 오르내렸습니다.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장혁에게 특별한 조언을 해서 제임스 딘도 입지 않을 청바지와 곰돌이 티셔츠를 입고 가게 하는가 하면, 헐리우드 진출 프로젝트로 소림사에서 5년 동안 무술을 배우게 할 뻔한 이야기, TJ(팀과 장혁) 프로젝트 가동했던 이야기(흑역사) 등등 그는 장혁의 '반항아 이미지'를 굳힌다고 헛짓거리도 아주 많이 했던 인물이지요.

그런데도 그에 대한 장혁의 신뢰는 아주 굳건했습니다.

 

장혁

개인적으로 추측해 보건대, 2004년 병역비리에 연루되었을 때 아마 정훈탁이 장혁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고, 또 그가 재기할 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기 때문에 그런 신뢰감이 형성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동일인이 한 사람에게는 아주 믿음직한 큰형처럼 보이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도청이나 하는 파렴치한으로 보이는 것처럼, 우리 인간의 다양성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장면을 잘 없습니다.

이럴 때의 장혁의 인간적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이, 이미 현역 생활을 통하여 대중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던 병역 비리 이야기보다 훨씬 더 진정성이 있었을 겁니다.(본인 역시 오늘 나쁜 행동이었다고 폭풍후회를 하더군요.)

 

게다가 무릎팍도사는 장혁과 그의 아내인 김여진과의 러브스토리를 반 이상 놓쳐버렸습니다.

 

톱스타인 장혁이 아내를 만나기 위해서 재즈 댄스를 수강한다던가, 회식 자리를 몽땅 계산하고도 전화 연락을 받지 못해서 크게 실망한 점, 부인과의 인연을 만들기 위하여 영화 '영어완전정복'을 촬영하면서 탭댄스 장면을 넣은 점 등은 부인인 김여진의 "장혁씨는 순수한 영혼같아요."라는 말처럼 장혁의 순수함을 부각하기는 했습니다.

 

장혁

김여진은 서른이 넘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장혁을 기다려 주었고, 게다가 무용수의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장혁을 면회 오기 위하여 새벽부터 먹을거리를 준비해서 오는 정성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장혁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자신을 기다려 준 아내에 대해 아주 고마워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방송으로 보면) 반쪽짜리 이야기일 뿐입니다.

무릎팍 제작진은 어떻게 해서든지 김여진의 출연 혹은 전화통화만이라도 성사시켰어야 했습니다.

 

장혁

먼저 부인의 입장에서 한번 살펴보죠.

2004년 당시에 여자의 나이가 많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장혁이 병역비리로 온 국민의 지탄을 받는 상황이었기에, 사실상 재기가 불투명했습니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죠.

 

그런데 김여진은 무슨 심정으로 그런 퇴물 배우 장혁을 기다렸는지, 그때의 가장 큰 괴로움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기다림 속에 눈물은 없었는지를 물어봤어야 했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 대신에 무릎팍 제작진이 뽑은 카드는 '박형식'이었습니다. 박형식 역시 요즘 '진짜 사나이'로 핫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김여진의 '기다림'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깜짝 출연한 박형식 역시 폭로만 하고 끝나네요. 결론은 장혁이 브레인이 아니었고, 장혁의 유머는 염불 소리 듣는 것 같다였습니다)

(결국 카메라는 장혁에게서 박형식으로 옮겨갑니다. 자신 역시 킨제이 보고서를 볼 예정이고, 진짜 사나이로 갑자기 높아진 인기가 부담된다 등은 오늘 제대로 된 분량이 나왔으면, 사실 전혀 필요 없는 장면들이었죠.)

 

 

마지막으로 오늘 무릎팍도사의 다른 장면들을 총정리 해보겠습니다.

장혁이 엄지손가락으로 푸쉬업 하는 장면, 제자리에서 물구나무 서기하는 장면은 예능이 아니라 다큐같았고(원래 장혁은 체조 선수 출신임), 대사 두 마디가 안되어서 NG30번 이상 내고 오디션만 120번 이상 봤다는 것은 그때의 다른 배우 소지섭, 차태현, 송승헌, 원빈 등의 오디션 친구들의 경험과 차별화가 없으며, 정우성의 성대모사에는 예능 웃음이 없었습니다.

 

군대에서 본명 정용준을 되돌아 봤던 일이나, 자기 자신이 '병신'처럼 보였다는 말, 잠자던 두 달 고참이 갑자기 외친 "난 네가 신기하지 않아."라는 말 등은 배우 장혁의 진지함을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부모님의 반대에 임신을 계획하고 여행을 떠났고, 결국 속도위반으로 득남(아들)한 것이 '신의 한수'가 되어서 부모님이 마침내 반대를 접은 점이나 선출산 후결혼은 부인에 대한 장혁의 애정을 충분히 알 수 있겠더군요.

 

다만, god'어머니' 뮤비에도 출연했던 경험과 윤계상의 의리에 대해서도 말하지만, 예능적으로 잘 풀지는 못했습니다. 이에 대한 다른 방식이 있지만,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오늘 무릎팍도사가 놓친 두 가지만 제대로 했어도, 이런 부분은 짚을 필요조차 없었을 겁니다.)

2013/08/09 - 장혁 부인 김여진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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