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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이현도에 대한 라디오스타의 돌직구는 없었다

 

라디오스타 340회는 '힙합의 조상 듀스' 특집이었습니다. 듀스의 이현도를 중심으로 듀스의 영향을 받은 후배들, 버벌진트, 뮤지, 하하, 스컬이 나왔네요.

그래서 이야기는 이현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이현도는 신정환과 고영욱에 대한 에피소드로 시작합니다. 예전에 신정환이 라디오스타에서 말한 이현도의 '미국집 사건'(초대해 놓고 일주일 내내 집청소를 시켰다, 박찬호 야구도 혼자 보러 갔다 등)을 해명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김구라와 윤종신이 먼저 언급했고, 이현도는 해명하는 과정에서 자세히 설명했군요.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이현도는 뮤지와 하하의 폭로에 신정환, 고영욱과 다를 바가 없다며 대놓고 억울해 합니다.

 

신정환이야 댕기열사건으로 도박과 관련된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나 방송활동을 접었고, 고영욱은 성폭행 사건으로 범죄자가 된 상태입니다. (이미 두 건의 강제 추행 혐의는 본인이 인정했고, 나머지 A양에 대한 혐의만 재판이 진행되고 있음)

 

신정환도 그렇지만, 고영욱이란 범죄자를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김구라와 윤종신, 그리고 그걸 받아서 이야기하는 이현도와 다른 사람들이 대단하네요.

이것은 제작진이 작성한 대본인가요? 아니면 김구라와 윤종신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애드리브인가요?

 

 

이현도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합니다. 후배랑 게임을 하다가 CD를 부서뜨린 이야기, 김국진의 LA 나이트클럽 운영 폭로(김용만과 함께 직접 인수하지는 않았다는데 김국진의 당황하는 모습이 너무 웃기네요.) SM 1기였다가 작곡을 시작하게 된 일(비 오면 물 퍼내야 하는 지하에서 같이 시작), 같은 72년생인 서태지에게 친구하자고 했다가 거절당한 일, 그리고 서태지에게 영상편지를 띄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현도는 성격이 여전히 까칠하네요.

서태지가 "안 되는데요."라고 거절했다고 하자, 윤종신이 옆에서 "빠른 72년생이라고 말해줍니다." 그러자 바로 이렇게 말하네요.

"알게 뭐예요, 제가."

 

사실 나이에 따른 장유유서의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3월 이전에 학교에 들어간 빠른 생일자들은 곤란한 경우가 많죠.

분명히 서태지와 이현도처럼 사회에서 만났을 때 서로 동갑이어서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쨌든 같은 연도 출신이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중에 다른 친구들과 함께 꼬이는 경우가 생기죠. 즉 빠른 72년생의 친구들인 71년 생들은 '친구의 친구'라고 72년 생들과 어거지로 친구가 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이 때문에 싸움도 일어나곤 합니다.

 

이건 분명 우리 사회 제도의 모순이건만, 서태지의 입장에서 생각한번 하지 않고 이현도가 내지른 "알게 뭐예요, 제가."는 그의 자기중심적인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군요.

 

사실 이현도는 서태지에 대해서 어떤 의미에서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시 듀스는 엄연히 서태지와 아이들에게 밀렸고, 그로 인해 듀스의 음악이 폄하된 것은 사실이니까요

 

 

'한 여자 때문에 싸워서 해체했다'는 듀스의 해체 루머에 대하여 이현도가 해명합니다.

"각자의 전문적인 길을 가기 위해 해체했다."

, 이현도는 프로듀서가 되기 위하여, 김성재는 엔터테이너로 독립하려는 '작전상 해체'였던 거죠.

 

또한 이현도는 죽은 듀스의 멤버 김성재도 언급합니다.

'김성재가 죽은 후에 나는 절뚝이며 살아간다'는 말인데, 이현도의 '김성재 얘기하는 것, 내겐 상처', '추억팔이'는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존중하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대중들이 우스운 게 이현도가 김성재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또한 그에게서 김성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아마 김성재에 대한 좋은 이야기만 듣고서 그를 추모하면서 슬픔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어서겠지요.

하지만 모든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그와 같은 멤버 활동을 한 이현도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런 추억팔이를 하기 힘들겠죠.)

 

마지막으로 이현도는 "구구절절이 그런 이야기하지 않고, 내일을 위해서 살아보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그가 꼽은 듀스 최고의 곡 '여름 안에서'를 후배들과 함께 부르며 무대를 장식합니다.

 

 

그런데 제작진과 김구라, 윤종신은 용감(?)하게도 신정환과 고영욱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면서 이현도의 아르헨티나 귀화, 일명 아르헨도 사건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네요.

어찌 되었든 그로 인해 군대를 가지 않았던(일각에서는 병역기피라는 루머가 있지만, 어쨌든 이현도가 가족과 다함께 이민을 간 것은 사실입니다.) 이현도는 이후에도 한국 땅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모양이네요.

 

라디오스타 제작진과 MC들은 충분히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었습니다.

"성인이 된 이현도는 왜 가족들과 함께 아르헨티나 이민을 결심했는가?"

"요즘 아르헨티나보다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은가? 그렇다면 거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내는가?"

 

만약 이 질문에 대해서 한국에서 머무는 시간이 훨씬 많다는 대답이 나오면,

"아르헨티나의 국적을 땄는데, 오히려 한국에서 머무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돌직구 질문이 없었던, 라스였습니다.

참, 용감(?)한 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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