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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들

카카오톡 압수수색-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돌아가는 상황이 좀 이상하네요.
정부가 반드시 해야할 일은 외면한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기업에게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이번에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카카오톡을 압수수색하기로 했는데, 이런 행동이 카카오톡의 성장세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 같네요.

 

 

그동안 카카오톡이 사용자들의 대화 내용을 저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아주 놀랍습니다.

카카오톡 입장: "카카오톡 대화 내용 저장기간이 영업일 기준으로 5~7일이기 때문에 영장허가가 늦으면 대화 내용을 못 볼 수 있다. 압수수색 영장이 나오는 대로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

 

영업일 기준으로 5~7일이므로, 보통 열흘 정도 대화 내용을 저장하는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과 대부분의 시민들은 '사고 원인'을 밝힐 수 있을까, 라는 호의적인 반응입니다.


승선자 대화 내용 압수수색, 카카오톡 적극 협조… "원인 밝혀지나?"

(새창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4/21/2014042101453.html

 

 


그런데 이것이 과연 도움이 될까요?
만약 검경합동수사본부가 일부분만 공개한 진도VTS 음성 파일과 녹취록(전체 통신내역이 아니라 오전 9시 6분 이후 부분만 공개)처럼 정작 중요한 부분은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죠.

 

사실 학생들을 비롯한 일반인들이 배의 침몰 원인을 얼마나 알고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이전 글에도 언급했지만, 이번 사건의 몸통은 세월호와 제주해경, 제주VTS, 진도VTS의 교신내용입니다. 이것을 전체 공개하면, 그 원인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전 글)

2014/04/21 - 세월호의 위치 미스테리- 숫자로 파악한 진실

 

(간략 설명) (단순히 시간과 거리, 배의 속력을 계산한 글입니다.
인천부터 제주항까지의 총 항로는 266마일(13시간 30분 운항 거리)이고, 인천을 떠나 12시간동안 항해를 한 세월호는 오전 9시 전후로 해당 영역에 있으면 안됩니다. 정상적인 속도라도 제주 북방 33마일 지점(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해야 한다는 내용이죠.)

 

일각에서 지연운항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럴려면 그 원인을 밝히면 됩니다. 선체에 이상이 있는데도, 무리하게 운항을 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때는 이준석 선장과 선사(청해진해운)와의 통화 기록을 조사해야하고요.

만약 배에 이상이 있는데도 청해진해운이 무리하게 항해를 시켰다면, 그들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이런 내용과는 별개로 정부의 카카오톡 압수수색이 카카오톡의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래 통신업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합니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3개 통신업체(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문자 내용을 즉시 삭제합니다.


원래 이들 업체 역시 내부적으로 보관을 했다가, 2005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바뀝니다. 당시 수험생들이 휴대폰을 이용해서 부정행위를 했고, 검찰이 당시 문자를 증거로 사용했죠.

 

결국 커다란 논란이 일었고,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되면서, 통신사들은 전부 문자 메세지 내용을 즉시 삭제하게 됩니다.
비록 휴대폰 문자가 범죄에 이용되기는 했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현재 문자 내용은 즉시 삭제하고, 다만 통화와 문자의 발신기록만 보관함)

 


우리나라만 이럴까요?
미국과 유럽의 그 어떤 통신사들도 회사의 자체 서버에 사용자의 문자 내용이나 통화내용을 저장하지 않습니다.
비록 범죄에 악용될지는 몰라도, 정부가 시민의 자유를 침해할 수는 없다는 생각때문이죠.

 

이런 통신업체를 제외하고, 카카오톡과 비슷한 서비스 모델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SMS 모델은 아니고 OTT/IM 모델임) 역시 이용자의 동의없이 이용자의 사적인 정보를 자신들의 회사 서버에 저장하지 않습니다.
(이용자가 자신의 의지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개인 정보를 남기는 것은 물론 제외)

 


이것은 카카오톡과 경쟁 모델인 왓츠앱(미국과 유럽에서 4억 5천만명 이상이 사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왓츠앱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이름이나 성별, 주소, 나이와 같은 개인 정보까지도 전혀 받지 않습니다.

우리들의 시각으로 보면 조금 별나 보이기도 하는데, 그들은 이 정도로 개인 정보에 민감하죠.


카카오톡은 한국 가입자가 거의 5천만명에 달하는 포화 상태에 다다랐고, 이에 미국을 비롯한 해외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에 그토록 철저한 미국과 유럽인들의 기준에, 개인 정보를 아예 받지 않는 왓츠앱과 심지어 대화 내용까지 약 10일 정도 보관하는 카카오톡중에서 어디가 더 안정감을 줄까요?

 

카카오톡 성장세 그래프


세월호 참사는 비록 가슴이 아프지만, 검경합수부가 카카오톡을 압수수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카카오톡은 즉시 내부 규정을 바꾸어서 사용자의 사적인 대화 내용을 삭제해야 합니다.
이것은 좌우의 논리와 상관없이 반드시 지켜야 할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니까요.


이전 글에도 주장했듯이,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그냥 정부의 기록(세월호와 제주해경, 제주VTS, 진도VTS의 교신내용)을 공개하면 됩니다. 일부 구간말고, 원본의 음성 파일 전체를 말이죠.
(그외에 사고를 낸 당사자인 세월호의 선장, 선원과 선사(청해진해운)간의 통화내역도 공개해야하고요.)

이들이 바로 몸통이고, 카카오톡과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은 깃털보다도 더 가볍습니다.

굳이 사고에 관계없는 카카오톡까지 망칠 필요는 없죠.

공개해 할 정부 기록은 보호되고, 보호되어야 할 프라이버시는 공개되고...
무언가 잘못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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