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액수를 파악하는 것은 쉬운 문제이면서 동시에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이 문제에 우리 사회 언론의 문제점까지 연관되었고, 성룡 개인에게 피해가 가는 문제임과 동시에 동, 서양 부자들의 관념까지 엿볼 수 있는 복합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또한 기부에 대한 성룡의 심경 변화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거 같네요.
먼저 성룡의 재산을 살펴보죠.
성룡의 재산은 개인 재산이기에 본인이 공개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정확한 액수를 모릅니다. 그런데 지난 2011년 포브스에서의 발표를 토대로 중국의 한 매체(톰위러)에서 '홍콩 영화배우 성룡 재산 20억위안'이라고 보도를 하고, 이를 한국 언론들이 보도를 하면서 한국돈 1조 5000억원이라고 덧붙입니다.
그런데 한국돈으로 성룡 재산이 과연 1조 5천억원일까요?
20억 위안을 환율로 계산하면 겨우 3540억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삼천억원도 아주 큰 돈이죠. 하지만 1조 5천억원보다는 훨씬 작은 돈이기도 하죠.
대략 3600억원이나, 그냥 반올림해서 4천억원이라고 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재산을 4배나 뻥튀기를 하는 걸까요?
그것도 성룡과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한국 언론들이 말이죠.
더 웃긴 것은 한국 언론의 기사 본문에 20위안이라고 보도를 하면서도 환율 계산기 한번 두드려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요즘 기자들이 얼마나 뉴스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는지, 이런 점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사실 포브스의 발표를 인용했다고 하는데, 그 출처 역시 의심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아마 중국발 찌라시에 환율 계산 실수까지 덧붙여져서 1조 5천억원이 나온 거 같네요.
그리고 이런 점은 성룡에게도 해를 미치고 있습니다.
성룡은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 피해 복구에 1,000만 위안(당시 약 15억원)을 기부한 적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1조 5천억원 규모의 재산을 가진 사람치고는 기부 규모가 작았죠.
즉, 성룡이 자기 재산의 규모에 맞게 기부를 해도, 사람들의 기준은 1조 5천억원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 기부 규모가 턱없이 작아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가 죽은 뒤에 전재산을 기부해도 결코 1조원은 할 수가 없습니다.
언론의 조그마한 실수가 성룡의 선행에 이런 마이너스 이미지를 덧칠하네요.
사실 기부에는 규모가 중요하지 않지만, 비교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음속으로 성룡의 재산과 비교하고, 또 다른 사람의 기부 규모와 비교하기 마련이죠.
어쨌든 찌라시 언론의 문제점이 선행 스타에게 악영향을 미친 점은 여기서 정리하고, 이번에는 성룡의 기부 동기와 동서양 기부 문화의 차이점을 한번 알아보죠.
성룡은 1988년 작은 재단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바로 재난구호와 의료기부, 예술지원, 장학사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재키찬 자선재단'입니다. 성룡은 그동안 이 재단을 통하여 알게 모르게 선행을 많이 베풀었습니다.
그러다가 2006년 6월 워렌 버핏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본격적인 기부에 나섭니다.
성룡: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버핏과 게이츠의 노력을 존경한다. 그들처럼 나 역시 사람들을 돕고 싶지만 내가 그들처럼 부자는 아니다."
성룡: "하지만 나도 버핏이나 게이츠처럼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 죽을 때 재산의 절반을 자선재단에 기부하겠다."
성룡의 말에서 버핏이나 게이츠보다 자신의 재산이 못하다는 겸손의 의미가 느껴집니다. 확실히 이때 워런 버핏은 37억 달러를 기부하는데, 우리 돈으로 약 4조원에 달하는 돈(3조 9700억원)이었죠.
(포브스에 따르면 2008년 10월 기준 워렌 버핏의 재산이 약 580억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자신의 재산 85%를 기부하겠다고 함. 정말 엄청난 재력이네요.)
어쨌든 이때까지만해도 성룡은 재산의 절반만 기부하고, 나머지 절반은 아내와 아들에게 남겨줄 것은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서 죽기 전에 전 재산을 기부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꿉니다.
성룡: "가족들 중에도 특히 아들한테 얘기했다. '능력이 된다며 직접 벌어써라, 그렇지 않으면 방탕해질거다' 했다. 나도 물려받은 재산 없지만 빈손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고 했더니 (아들이) 내 뜻을 알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사실 성룡은 자신의 방탕했던 과거를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성룡: "난 자선활동으로 사람이 됐다. 예전에는 나쁜 사람이었다. 갑자기 졸부가 돼 하룻밤에 다이아 시계를 일곱개씩 샀고 어제는 포르셰, 다음날은 벤츠를 탔었다. 술에 취해 돈을 막 썼다."
"그러나 자선활동 하면서 삶의 의미를 알았다. 절약정신도 배우고 사회와 사람을 보는 눈도 배웠다. 이후 학교도 세우고 가난한 집의 아이들도 배울 수 있어야 된다 느꼈다. 그렇게 감사함을 배웠다."
성룡이 어릴 적에 무척 가난해서 정규 학교에 가지도 못했고, 부모님이 호주로 돈벌이를 하러 떠났으며, 성룡 자신은 우점원 경극학원에서 자랐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젊어서 영화배우로 크게 성공을 했다가 방탕하게 산 후에, 어렸을 적의 가난했던 생활을 다시 떠올린 것이죠.
어쨌든 이런 경험 덕분인지, 성룡은 좋은 말을 남깁니다.
"내 자식이 유능하다면 아비의 돈이 필요없을 것이고, 무능하다면 아비의 재산을 탕진할 것이다. 저축도 쓰고 나면 못 하듯이 기부도 미리 떼어놓고 하지 않으면 평생 못한다. 기부에 핑계는 없다."
그런데 성룡의 말을 잘 살펴보면 '인생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것이다.'라는 분위기가 풍깁니다. 바로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혹은 생부대래(生不帶來)사부대거(死不帶去)란 말이죠.
(뜻, 태어날 때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던 것처럼 죽을 때도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는다.)
반면에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 등 서양 기부 부자들의 발언은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열정은 성공의 열쇠, 성공의 완성은 나눔이다."
"내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나를 존재하게끔 해준 사회 덕분이다."
기부를 공수래공수거로 바라보는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성공으로 향하는 차원으로 보네요.
물론 버핏 역시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자식들에게 너무 많은 유산을 남겨주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즉, 자신이 죽은 뒤에 자식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계한 점에서는 성룡의 말과도 통합니다.
사실 동, 서양이 둘로 명확하게 나눠지는 것은 아니고 이런 공통점은 존재하죠. 다만 그 성향이 조금씩 다른 거 같네요. (단순히 일반화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만, 동서양의 기분문화의 분위기 차이점을 말하는 것임)
특히 서양 기부 부자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들은 자본주의의 힘을 믿으며, 기부를 통해서 더 좋은 자본주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버핏세 역시 이런 정책의 일환이죠.
버핏: "나는 과세소득의 17.4%만을 세금으로 냈을 뿐이지만, 우리 회사 직원들은 평균 36%의 세금을 냈다. 부유층에 대한 세부담을 증가해야 한다."
버핏의 이 말속에는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자본주의가 더 좋아진다는 확고한 철학이 숨겨져 있고, 빌 게이츠를 비롯한 수많은 미국 부자들의 호응을 얻게 됩니다.
(물론 반대파도 많음)
다만, 자본주의 역사가 짧아서인지 동양, 특히 한국에서는 이런 주장을 하는 부자는 거의 없습니다. 아마 현재의 자본주의에 만족을 해서 그런 모양입니다. 동어반복적이지만, 역사가 짧아서 아직 자본주의의 단점과 개선책은 보이지 않고 현 상황에 안주만 하려는 경향인 거 같네요.
아마 시간이 지나면 이런 부분도 차츰 개선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전까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인들의 무의식중에는 위의 공수래공수거 사상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부분을 적극 활용한 기부 문화가 만들어져야 할 거 같습니다. 물론 차츰 시간이 되면 워렌 버핏처럼 자본주의에 책임감을 가진 부자들 역시 나오겠지만, 그 전까지는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기부 문화 확산에 도움이 될 거 같네요.
(인터넷이나 사람들이 왜 우리에게는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 같은 부자가 없는가 한탄하는 소리가 많아서 한번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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