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오늘 유재석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한은정부터 먼저 파악을 해야 합니다.
게스트중에서 유일한 홍일점인 한은정이 초반부터 정글의 법칙에서 노상방뇨와 방귀 사건에 대하여 해명합니다. 배고픔에 물을 마신 것이 화근이었고, 고정 카메라를 잠시 잊었기에 방귀를 마음놓고 낀 것이 방송에 나간 것이죠.
확실히 정법 방송에서 이 소리는 거의 코끼리 수준이어서, 잠을 자던 출연자들과 스태프들을 깨울 정도였습니다.
또한 한은정은 요가 비디오의 자세를 재연하면서 뻣뻣 웨이브를 선보였습니다. 지금은 우스꽝스러운 자세만 나오지만, 별로 유연하지 못한 한은정이 요가비디오를 낼 때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후반부의 허쉬(Hush) 안무와도 연계가 됩니다. 뻣뻣 지존인 한은정의 몸동작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여배우이기 이전에 여자인 한은정에게도 자존심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다 내려놓고 방귀나 노상방뇨와 같은 생리현상부터 이런 우스꽝스러운 댄스까지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려는 적극적인 자세로 오늘 방송에 임했습니다.
그런데 한은정은 애교에 대해서는 무척 쑥스러워 합니다. 자신은 의외로 무뚝뚝한 여자여서 기분좋을 때만 남자친구에게 애교를 부리기 때문입니다(시크 애교).
하지만 오늘의 적극적인 자세를 보건대, 유재석이 요청했으면 거부하지 않고 애교를 보여주었을 겁니다. 한은정은 적극적인 자세를 가졌고, 더구나 상대가 국민엠씨라는 유재석이니까요.
(기본적으로 유재석은 갑이고, 한은정은 을의 권력관계죠.)
하지만 유재석은 굳이 애교를 요청하지 않고 미래의 한은정 남자친구에게로 타겟을 돌립니다. 상대가 한은정의 기분을 파악하면서 눈치가 빨라야 한다고 희화화하는 거죠.
이 자리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단순히 상상의 사람에 대한 희화화는 모두를 즐겁게 합니다. 한은정 본인조차도 웃으면서 빵터질 정도죠.
사실 시청자들은 꼭 한은정의 애교를 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상체가 흔들릴 정도로 웃음이 터진 한은정의 귀여운 모습에서도 충분히 즐거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넓게 보면 이런 것도 애교의 한 종류죠).
문득 라디오스타에서의 강지영 눈물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라스의 MC였던 김구라와 윤종신 등이 애교를 강요하다가 강지영이 울음을 터뜨린 사건이었죠. 출연자들의 기분은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윽박지리는 MC들의 태도가 과연 옳은 걸까요?
게다가 강지영 눈물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김구라와 윤종신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추태를 보입니다. 자신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었다는 발뺌이었죠.
여기서도 갑과 을의 관계를 볼 수 있습니다. 라스 제작진과 김구라, 윤종신 등의 MC들은 갑이고, 카라의 강지영, 구하라 등은 을이죠.
카라가 비록 아이돌 그룹이기는 하지만 방송 권력적인 측면에서는 라스와 김구라 등에게는 상대가 안되니까요.
결국 방송 중에 김구라 등은 자신의 권력을 활용하여 강지영에게 윽박질러서 애교를 요구합니다.
상대가 을이고 신곡 홍보를 위하여 이 자리에 나왔으니, 갑은 상대를 이렇게 윽박질러도 되는 걸까요?
사회에서 월급을 주는 회사와 상사는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에게 윽박지르고 호통을 쳐도 되는 걸까요?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강자는 약자를,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걸까요?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런 대로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강지영과 구하라 등이 프로다운 자세를 갖지 못한 것은 잘못된 것이니까요.
히자만 라스는 그 방송 다음에도 철저하게 약자인 강지영을 괴롭힙니다. 다음 방송에서 김구라가 강지영의 애교 거부와 눈물에 대하여 희화화하고, 라스 제작진은 네번이나 색깔이 다른 자막을 넣어서 강조를 하죠.
하지만 을의 입장인 카라와 강지영은 아프다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합니다. 거기에 반응을 하면 '원래 너희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냐?'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고, 아무렇지 않게 평상시대로 활동하면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욕을 먹게 되니까요.
라스와 김구라가 때리는 대로, 을인 카라와 강지영은 얻어맞을 수밖에 없죠.
그런 의미에서 라스와 김구라는 갑의 횡포를 아주 잘 보여주었죠.
반면에 오늘 유재석은 비록 갑이지만, 오히려 한은정의 눈치를 보고,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덕분에 한은정의 애교는 비록 보지 못했지만, 시청자는 물론이고 출연자와 게스트, 한은정까지 모두가 행복한 방송이 되었네요.
유재석의 태도를 보면서 MC에게 필요한 기본 자질은 물론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무엇이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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