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윤영미의 남편은 황능준 목사입니다. 처음부터 목사가 아니었고, 나중에 안수를 받게 된 것이죠.
현재도 그렇지만 1990년대에도 아나운서들의 콧대가 굉장히 높았죠. 대부분이 재력가와 결혼을 하는데, 윤영미의 경우는 전혀 의외의 선택을 합니다. 상대가 별다른 재산이 없는 가난뱅이 출판사 직원이었으니까요.
사실 윤영미 역시 부자와 결혼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윤영미: "결혼 전 10년간 소개팅이나 선을 1백 번쯤은 봤을 거예요. 보통 아나운서들이 소개받는 남자들은 소위 돈 잘 벌고, 어느 정도 사회적 위치가 안정된 사람들이에요. 물론 제가 소개받은 남자들도 그랬고요. 그래서 경제적인 상황이나 직업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어요. 다들 비슷비슷했으니까요."
확실히 윤영미의 말대로 하이클래스에서는 직업이나 재산등은 고려 대상이 안될 거 같네요. 소개받는 사람들이 의사나 변호사라면 직업의 차이가 별 상관이 없고, 대부분이 몇십억 정도의 재산을 갖고 있는 상류층이라면 굳이 재산을 캐물을 필요조차도 없죠.
그렇게 윤영미 역시 하이클래스중에서 남편감을 찾고 있습니다. 지인이 현재의 남편 황능준을 소개시켜 주기 위하여 '조건'을 말하자 윤영미는 콧방귀를 끼게 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윤영미는 그 지인과 만나는 자리에서 현재의 남편을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됩니다.
(당시 남편 황능준의 직업은 기독교계 소규모 출판사인 두란노서원에서 근무하던 샐러리맨이었음.)
윤영미: "막상 만나보니 성격도 온화하고, 자상하기까지 한 게 딱 제가 바라던 사람이더라고요. 지금도 그렇지만 참 인상이 좋았어요. 신앙심(종교 기독교, 크리스천)도 깊고요. 단지 경제적인 조건이 좋지 않다는 게 마음에 걸렸는데 ‘조건 하나만 포기 하면 된다’ 싶으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하더라고요."
사실 윤영미처럼 사랑에 있어서 조건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누구나 말하지만, 그것을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죠.
그리고 황능준 역시 윤영미가 좋아졌습니다.
"아내를 두 번째 만났을 때 목소리 기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성경이나 책을 읽어 녹음하는 봉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뭔가를 남과 나누려는 모습을 보고 만난 지 2주 만에 프러포즈 했죠."
당시 윤영미와 황능준은 34살의 늦은 나이였습니다.
(황능준이 1살 연상이라는 말도 있는데, 둘의 나이는 동갑임)
삼십대 초반이면 불같은 사랑은 하지 않을 나이인데, 소울 메이트라도 되는지 둘은 열정적인 사랑을 합니다. 출근 전에 함께 아침을 먹고 각자의 일터로 돌아갔다가 점심 시간에 다시 만나고, 또 저녁에 다시 데이트를 할 정도로 데이트 강행군을 했습니다. 하루에 세번이나 만나고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서로에 대한 사랑이 불길처럼 타오른 거죠.
결국 둘은 1996년 10월 25일 서울 동부이촌동 온누리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결혼 생활을 시작했는데 한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윤영미야 춘천 MBC에서 근무하다 SBS로 이직하고, 1994년에는 국내에서 여성 최초로 프로야구 중계를 진행할만큼 사회 생활에서도 인정을 받는 전문직인데 반하여 남편의 경제력은 별로 대단치가 않은 것이죠.
(윤영미 학력, 학벌 성심여자대학교(성심여대) 국문학,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한국어교육 석사)
아마 조건을 포기했던 윤영미조차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윤영미가 남편을 주윤발 닮은꼴이라고 자랑했는데, 그건 좀 아닌 거 같네요. 아마 윤영미 눈에 씌인 콩깍지가 아직도 벗겨지지 않은 듯.
출판사 직원으로 일하던 황능준이 사업을 준비하다가 여의치 않게 되자, 그냥 전업 주부를 선언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남자는 바깥에서 일을 해야 하고 여자는 집안에서 가정일을 해야 한다가 고정관념처럼 있는 환경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네요(윤영미 황능준 전업주부남편).
특히 잘난 아내를 둔 남편들이 자격지심때문에라도 더 큰 사고를 치기도 하는데, 황능준의 경우에는 전혀 그런 자격지심이 없는 거 같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집안일을 선택할 정도로 냉철하네요.
결국 황능준은 약 3년간 전업주부 일을 합니다.(결혼 생활 17년 동안 전업주부 일을 했다고 하는 기사도 있는데, 이것은 오보임)
윤영미: "남편이 백만원 이상을 가져다 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남편이 쓰는 것도 별로 없더라. 신학대학원 진학을 반대했기 때문에 남편의 대학원 학비는 지원하지 않는다."
황능준: "사실 아내에게 정기적으로 수입을 가져다 준 적이 없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전업주부 일을 하던 황능준이 신학대학원에 진학하고, 마침내 목사가 됩니다.
그 사이에 윤영미 황능준 부부의 자녀인 황예손, 황예후(이름, 아들만 두명)은 잘 자라서 미국 유학까지 갑니다.
확실히 윤영미 아나운서(정확하게는 방송인이죠. 2010년에 프리랜서 선언을 함)가 능력자긴 능력자네요. 두 아들을 모두 미국 유학을 시켰는데, 아마 학비도 엄청 깨졌을 거 같습니다.
윤영미: "두 아들이 현재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공부하고 있다. 방학을 맞아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아들이 미국에서 유학 중 대통령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우리 가문에 오바마상을 받은 아들이 태어나다니 정말 놀라웠다."
황예후: "공부를 잘해 받은 상이다. 최우수상은 아니다. 전교에서 2~3등의 성적을 받았다."
윤영미 가족 사진
어쨌든 윤영미는 능력 없는(?) 남편을 선택했고,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네요. 사실 많은 부부들이 이혼하는 원인의 대부분이 남편의 경제적인 무능력이죠. 아마 남편이 돈을 제대로 벌어오지 않는데 가만히 참고 살림을 살 부인은 몇명 되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윤영미는 발상의 전환으로 오히려 자신의 돈을 벌어오고 남편에게 집안일을 맡깁니다(물론 3년 정도긴 하지만). 이렇게 행복한 가정 생활을 꾸리는데, 윤영미의 생각이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한 거 같네요. 물론 남편 역시 그냥 놀고 먹지 않습니다. 황능준의 요리 솜씨나 가사 실력은 물론이고 자녀 교육도 잘하죠. 아이들에게 최고의 아빠가 되어주니까요.
물론 둘이 가끔씩 티격태격 부부싸움도 합니다. 바로 윤영미가 성형 수술을 원하면서 다툼이 생긴 것이죠.
"사람은 자꾸 할수록 욕심이 생긴다. 성형도 마찬가지다. 계속하다보면 나중에 자기가 없어진다."라고 황능준 목사는 아내의 성형 수술을 반대합니다.
그러자 윤영미가 남편의 속내를 폭로하네요.
"남편은 다 말려도 '가슴' 성형은 말리지 않는다."
결국 황능준 목사는 아내의 얼굴 성형은 반대하지만 가슴 성형은 찬성하네요.
그런데 이런 다툼이 좀 인간적으로 보이네요.
어쨌든 사회적인 남녀의 역할이 뒤바뀐 부부이지만,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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