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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라스 봉만대, 주류와 패거리문화를 동경하는 B급에로거장

 

라디오스타 348회에서 에로거장인 봉만대 감독이 출연해서 화려한 입담을 뽐냈습니다. 같이 출연한 김수용, 김예림, 려욱을 거의 잊히게 만드는 군계일학이었습니다. 혹자는 역대급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모든 시청자가 봉만대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워했을까요?

 

봉만대는 에로 영화 제작의 비화를 이야기하면서 시각을 중시하는 남자와 달리 청각을 중시하는 여자를 위하여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를 수세미로 만든다는 일화를 이야기합니다.

 

 

그러자 김수용이 에로 영화에서 배우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묻습니다.

"배우들이 약속 대련을 하나요? 자유 대련을 하나요?"

, 자유롭게 움직이는지 사전에 철저한 약속에 의한 움직임인지를 비유적으로 물으면서 큰 웃음을 주었죠.

 

 

그리고 봉만대 역시 부산국제 영화제에 초대받지 못한 감독들을 갈매기에 비유하면서, 큰 웃음을 줍니다. 굉장히 절묘한 비유이면서 그 안에는 자학적인 코드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자신들이 부산 바닷가에 흔하게 널린 갈매기와 같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봉만대의 모습은 여기까지였습니다.

라스 MC들인 김국진과 윤종신, 김구라, 규현을 대상으로 한 4부작 옴니버스 에로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여지없이 남성 중심적인 시각을 드러냅니다. 모든 영화의 시놉시스가 남자 위주로 짜여진 거죠.

 

 

게다가 봉만대는 자신의 옆에 앉은 겨우 스물산된 여자인 김예림에 대한 배려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김수용이 김예림에게 귀를 가리라는 시늉을 하죠.

김예림이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거 같네요.

 

봉만대는 스스로의 섹드립에, 그리고 자신이 띄운 분위기에 취해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출연진중에서 상대적 약자인 김예림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죠.)

 

 

확실히 봉만대의 섹드립은 현장에서 많은 웃음을 만들었습니다. 당장에 MC들인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규현 등이 크게 웃으면서 봉만대의 기운을 북돋워줬고, 봉만대는 신이 나서 더 떠들게 됩니다.

봉만대의 이런 남성성 위주의 섹드립을 모든 시청자들이 좋아했을까요?

 

남성 시청자들은 좋아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성 시청자들은 눈살을 찌푸릴 이야기였죠.

(무슨 말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들은, 40, 50대의 중년 여자들이 나와서 여자들의 흔한 음담패설을 하는 상상을 해보시죠. 아마 어떤 기분인지를 알 겁니다.)

 

게다가 봉만대는 라스 방송 초반부에서 김구라의 단점을 비판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입으로 먹고 사는 시대가 거의 끝나고 있다.

김구라는 라인(사단)을 못 만든다."

 

''으로 먹고 사는 시대가 끝났다는 뜻이 뭘까요?

라인을 만들어서 서로 끌어주고 댕겨주는 그런 패거리 문화를 원한다는 걸까요?

봉만대가 지금은 스스로와 초대받지 못한 감독들을 부산의 흔한 갈매기에 비유하는 자학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내면에서는 영화계에 봉만대 사단, 봉만대 라인을 만들기를 꿈꾸는 거 같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성공할 때를 상상하면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저도 구라 스타일이어서 (지금 아는 감독들과 지인들은) 버립니다."

 

 

이 말은 농담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김구라는 자신의 무명 시절 친구들을 알게 모르게 도와줍니다.

오늘 봉만대 감독이 이 자리에 나온 거 역시 김구라의 추천 덕분입니다. 하지만 김구라는 그런 패거리 문화보다 한 차원 더 높은 패거리 문화를 이룩해낸 사람입니다.

 

무명시절의 김구라는 비록 독설을 내뱉더라도 전방위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사회 주류층은 물론이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공격도 서슴치 않았죠. (예를 들어서 정신대 할머니를 이상하게 비유한 것 등)

독설이라도 주류층에 대한 공격이 있었기에 그나마 팬들이 생길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주류층에 편입된 다음에는 이러한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오직 상대를 학벌(서울대 찬양)과 재산(재벌이라면 무조건 두둔)으로 평가하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은 무조건 무시하는 본모습이 드러났죠.

, 김구라는 자신이 패거리 문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자신이 편입된 주류층의 패거리 문화를 적극 대변하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물론 토크쇼에 나와서 자신이 살아남으려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하지만 네명중에 약자이자 여자인 김예림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봉만대에게서, 예전의 김구라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지네요.

봉만대는 성공하더라도 에로 거장이 아니라, 애로 거장이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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