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아이디어의 확산'을 모토로 하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고자 참가자들은 TED Prize Wish 등 여러 이벤트를 벌인다. 7500달러라는 높은 참가비(숙박비, 교통비 등은 자기 부담)에도 불구하고 참가신청서를 내고 기다리는 대기자들의 수가 굉장히 많다는 것도 특이하다. 다보스 포럼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콘퍼런스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끄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천재들의 유엔 TED>, 민음사
미국 캘리포니아의 롱비치에서 일 년에 한번 열리는 TED 콘퍼런스는 짧은 기간 안에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교류하며 '지적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점에서 특별하다. 한 분야의 전문가들만이 모이는 기존의 콘퍼런스와는 다르게 자신이 생소했던 분야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다른 이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환경이 세 번째 특징이다.
TED는 수많은 자식 콘퍼런스를 가지고 있다. TED글로벌을 비롯하여 TED액티브, TED위민, TED메드 등 여러 성격의 콘퍼런스들이 TED를 보완해준다. 그중에서도 TEDx가 가장 종류가 많고 활발하게 펼쳐진다. 그 이유는 누구나 TED에 라이센스를 획득하여(라이센스 비용은 무료) 행사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 년에 수백, 수천 개의 다양한 TEDx가 열리고 있다니, 하루에도 수개의 TED형식의 콘퍼런스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TED토크가 있다. TED측에서는 매년 콘퍼런스에서 강의한 연사의 강연을 인터넷으로 무료로 개방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동영상들을 보면서 아주 손쉽게 TED가 하고픈 말을 듣게 된다.
이렇게 새롭고 열정적인 TED이지만 비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고가의 참가비와 긴 대기열로 대변되는 폐쇄적인 커뮤니티는 엘리트만의 모임이라는 인식을 준다. "과학자와 사상가들을 마치 서커스 단원처럼 낮은 수준의 엔터테이너로 만든다."라는 나심 탈레브(블랙 스완의 저자)의 문제 제기와 제3세계 빈곤과 질병 퇴치 문제, 환경 문제 등의 안전한 주제만을 건든다는 비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부유하고 여유 있는 자들이 잠깐 모여서 서로 위안을 나눌 뿐, 실제로 세상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는 못한다는 비판이 가장 뼈아프다.
한국 역시 TED 열풍이 몰아치는 곳이다. 수많은 TEDx가 열리고 전세계에서 TED토크를 가장 많이 보는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비공식적으로 트래픽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저자가 지적했듯이, 한국인들은 영어공부를 위해서 TED토크를 보고,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로 TEDx를 개최하거나 참가하고 있을 뿐이다.
'가치 있는 아이디어의 확산'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 모토이건만, 한국의 젊은이들은 주류 세상에 들어가기 위한 기회의 장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리고 자신도 지금 미국에 모여서 지적 자극을 즐기며 위안을 받는 부자들이 되기를 바라는 것일까?
그럼에도 저자는 TED가 문화이고 시대를 앞서 가며 변화를 선도해 왔다는 점에서 TED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책 말미에 빌 게이츠나 다른 유명 인사들과 자신이 뽑은 TED토크 리스트를 싣고서 꼭 한번 보라고 권한다.
흥미로운 생각이다...
어떤 목표가 되는 세상도 없이 그저 이런저런 흥미롭고 재미있는 활동만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더 나아가 TED 콘퍼런스의 주최자들과 참가자들)의 생각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