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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꽃누나 이승기의 귀여운 허세와 김희애 김자옥 눈물

 

응답하라 1994에서 방송사고가 있었던 모양이네요. 꽃보다누나 4회가 상당히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tvN에서 응사의 편집 테이프가 늦게 도착했다고 사과를 하던데, 아마 거의 생방송처럼 제작되는 드라마 제작 환경이 한예슬 사건 이후에도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마 누군가가 죽어야지 조금 변할지도 모르겠네요.

 

역시 여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식사도 아니고 숙소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화장실이었습니다.

(혹은 이런 것들이 모두 다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저번 주에 예상한 대로 야반도주 이유는 화장실 때문에 숙소를 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유스호스텔로 옮겼는데, 꼭 감옥같은 분위기가 나네요.

 

결국 김자옥과 윤여정이 음모론을 제기합니다.

"이승기가 예약한 숙소가 너무 좋아보여서, 우리를 내쫓은 거다."

, 웃자고 하는 소리겠지요.

 

 

 

2회와 3회를 거쳐서 이승기가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여전히 모자란 점은 보이지만, 이제는 가이드도 제법 잘 해냅니다.

예를 들어서 '1박이 될지, 2박이 될지'같은 확실하지 않은 말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번의 '6번 정도''한 정거장 혹은 두 정거장'이라는 말처럼 일행들을 불안에 빠뜨릴 수도 있는 말이죠.

 

그렇지만 이승기는 일행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주 아름다운 거 같습니다. 차를 렌트하기 전에 혼잣말을 하는 것이라든가, 일행보다 먼저 답사하는 것은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온 것이죠.

 

사실 이런 모습보다 이서진의 정확한 판단과 빠른 결단력이 필요하지만, 아직 어린 이승기에게는 그런 목표를 향해 자신을 단련시켜 나가는 시간이 필요한 거죠.

 

 

특히 길가의 어린아이의 풍선 사건은 이런 이승기의 친절과 어수룩함을 동시에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어린아이가 풍선을 잃어버리고 눈물을 흘리자 이승기는 바로 뛰어가서는 풍선을 주워줍니다.

 

아이를 위한 이승기의 마음은 정말 아름답지만, 손에 든 짐을 김희애와 김자옥에게 맡기는 수완을 발휘하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쉽더군요.

물론 손에 든 짐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차도를 넘어야 하는 위험한 상황에서는 충분히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승기는 이미연에게 허세를 부립니다.

"어디 가고 싶은데 있으면 제가 다 안내해 드릴께요."

이미연이 말문이 막혀서 대답도 못하네요.

그런데 이승기의 이런 허세가 아주 귀엽게 느껴집니다. 그 이유는 가이드로서의 성공을 위하여 그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번 방송의 압권은 김자옥과 김희애의 눈물이었습니다(김희애 오열, 김희애 폭풍 오열). 대성당에 들어간 김자옥과 김희애는 알 수 없는 감동에 울음을 터트립니다. 인터뷰를 해도 본인들조차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습니다.

받은 감동을 말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이 옳겠죠.

 

 

이런 점은 꽃보다할배와는 너무나 다른 여자들의 감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똑같은 예술품, 성당을 마주한 할배들은 자신의 마음과 몸을 경건하게 가다듬고 우러러봅니다. 하지만 김희애와 김자옥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하네요.

감성적으로 매우 풍부한 여배우들이기에 이런 단면이 나올 수 있었을 겁니다. (반면에 이승기는 다른 성당에서의 감상으로 테트리스를 말하죠. 이것은 남녀의 차이뿐만 아니라, 연륜의 차이도 있을 겁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남자가 낫다, 혹은 여자가 낫다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을 말하는 거죠.

나영석 피디가 꽃누나를 기획하지 않았다면, 남녀의 차이를 이렇게 극명하게 비교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점은 음악에서도 큰 차이가 납니다. 꽃할배 역시 힙합을 비롯한 다양한 노래를 사용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는 트로트였습니다. 바로 주현미의 대지의 항구였죠. 그런데 여기서는 장중하면서도 우렁찬 아지아틱스의 Slippin' away (노래 제목)이 사용되면서, 여배우들이 인간 내면에서 느끼는 감동을 더욱 강력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문득 생각해 봅니다. 여행을 반드시 친한 사이나 가족들끼리 가는 것이 옳은가?

그렇게 여행을 가면 익숙한 인간관계로 낯선 환경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물론 그 나름의 장점은 있겠지만, 이번의 꽃누나 여행처럼 낯선 환경속의 낯선 인간관계에 대해서 생각할 여지는 없게 되겠죠.

아마 이승기를 비롯하여 김희애, 이미연, 윤여정, 김자옥 등은 서로 낯선 사람들속에서 자신의 본질과 사람간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을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김희애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윤여정의 변비 사건으로 재미있는 분량을 많이 보였고, 김자옥의 윤여정 성대모사로 전혀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으며, 이미연 역시 배려심많고 친절한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김희애의 오늘 모습은 더욱더 특별해 보이더군요. 마스카라를 제외한 화장은 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눈가와 눈밑에 주름살이 그대로 카메라로 보여지더군요.

그동안 김희애가 가식적이라고 비판하는 여자들이 많았는데, 설마 이런 모습까지 가식적이라고 주장하지는 않겠죠?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습, 그리고 그런 모습을 감추지 않은 김희애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또한 김희애는 고민도 합니다. 자신은 코미디도 하고 싶은데, 시청자들이 지금까지의 모습을 가식으로 여길까봐 도전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윤여정이 그런 매너리즘은 빨리 깰수록 좋다고 조언합니다.

사실 김희애는 여행 내내 개콘 유행어를 말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 이런 점이 그녀 내부에 있는 또다른 김희애의 모습이겠죠.

 

 

어쩌면 도전을 주저한 김희애는 이미연이 어린 후배인 문근영을 평가했던 모습의 한 전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배우는 눈빛이 중요하다. 그런데 문근영의 눈빛이 너무 좋더라.

톱스타는 남의 시선안에서만 살 수도 있고, 인기만 쫓을 수도 있는데, 걘 그러지 않더라."

 

김희애가 오히려 이미연의 삶의 성찰(배우의 성찰) '남의 시선안에서만 살았던 것'은 아닌지, 오히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좋은 깨달음을 얻을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이승기 역시 선배인 김희애로부터 좋은 조언을 듣습니다.

아마 낯선 사람과의 낯선 곳에 대한 여행이 아니었다면, 결코 들을 수가 없었을 조언이었을 겁니다.

이번 여행이 끝난 뒤에 김희애와 이승기가 연기자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거 같은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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