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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 말콤 글래드웰

(티핑포인트, 아웃라이어,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등의 저자)

주제 - 스파게티 소스를 재발견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인의 입을 즐겁게 해준 하워드 모스코위츠에 대한 이야기

  

  TED토크 바로가기(한국어 자막 포함)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하워드 모스코위츠에게 펩시가 의뢰를 했다. 의뢰내용은 새로운 펩시제품에 들어갈 아스파탐이라는 재료의 함유량을 정하는 문제였다. 하워드는 펩시와 함께 아스파탐 함유량을 8~12% 사이에 세분화한 여러 제품을 가지고 대규모 실험을 진행했고, 그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사람들의 입맛에 대한 데이터가 워낙 들쑥날쑥 이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1970, 80년대의 획일적인 미국 식품업계답게 펩시는 별다른 교훈을 얻지 못했지만 하워드는 달랐다. 수년간의 고민 끝에 그는 마침내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고, 그것은 곧 미국 식품업계의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말콤 글래드웰말콤 글래드웰의 TED토크 (스파게티 소스에 관하여)

하워드의 새로운 고객사는 스파게티 소스를 만드는 켐벨사(브랜드명 프레고)였다. '프레고''라구'라는 당시의 대세 스파게티 소스보다 질이 더 좋았지만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하워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워드는 이번에도 예전의 펩시와 했던 실험처럼 다양한 종류의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에도 저번처럼 하나의 획일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다만, 하워드가 그 데이터를 다르게 해석했을 뿐이다.

 

, 사람들은 다양한 입맛을 가지고 있고, 하나의 제품만으로 이것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워드의 견해를 받아들인 켐벨사는 곧 덩어리가 많이 든(이전까지 없었던) 제품을 내놓았고, 이것으로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오늘날은 실로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나와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에 따른 선택을 기다리지만, 당시만 해도 한두 가지 주력 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할 정도로 획일적인 식품업계였다. 그들은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어떤 이상적인 ''이 존재한다고 믿었고, 그것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물었다. 하지만 대규모 실험을 진행하면 항상 데이터가 뒤죽박죽일 정도로 가치 있는 실험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몰랐던 것이다.

   

이에 강연자인 말콤 글래드웰은 하워드를 크게 칭송한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런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 좋은 머스터드와 나쁜 머스터드는 없고, 다만 여러 가지의 머스터드가 있을 뿐이다. 모든 제품이 수평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로 다른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여러 종류의 머스터드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소비자 선호도에 대한 '민주화'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모두를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요리법'에 대한 관념은 식품업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기술계, 심리학계, 의학계, 경제계 등, 그동안 인류의 행동을 다스릴 수 있는 규칙을 찾아 헤매던 여러 분야가 보편성이 아닌, 안간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여기까지가 말콤 글래드웰가 한 강연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말콤 글래드웰에게 감사한다.

 

 

정말로 말콤의 말대로 우리는 개인의 취향을 전면적으로 부정해 왔던 사회였던가?

어떤 사람은 진밥을 좋아하는 반면에, 된밥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탕수육을 소스에 찍어 먹기를 좋아하는 반면에 소스를 탕수육에 부어 먹는 사람도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스테이크 하나만 하더라도 웰던, 미디엄, 래어로 구분 짓고,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포도주는 그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과연 다양성을 부정했던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이들 음식과 말콤이 말한 스파게티 소스에는 과연 무슨 차이가 있을까?

 

 

우리가 탕수육을 먹을 때는 별로 싸울 일이 없다. 소스를 반 정도 부어놓고 나머지 반은 그냥 찍어 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성질 급한 사람이 한꺼번에 부어버리면 다툴 수도 있다.)

큰 비용의 지불 없이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서 나온 제품이 바로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다. 한 가족 중에서 양념을 좋아하는 남자는 물론이고, 후라이드를 좋아하는 여자도 같이 만족할 수 있다. 심지어 양념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마저도 후라이드 치킨을 한두 점 먹을 수 있다.

치킨 집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고객을 만족시키면서도 이에 대한 비용이 별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면의 경우는 다르다. 면을 먼저 넣느냐, 스프를 먼저 넣는냐에 따른 숙명적인 선택을 해야만 한다. 계란을 넣느냐 마느냐, 혹은 넣은 뒤에 푸느냐 마느냐도 개인의 기호에 따른 결정적인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

(라면의 면과 스프 때문에 싸움을 한 부부를 본 적이 있다. 물론 원래 안 좋았던 감정이 그것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이럴 경우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냥 라면을 두 번 끓이면 된다.

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과 시간,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한 사회의 기호는 대개 지배계급을 따라간다. (과학기술계, 심리학계, 의학계, 경제계 등에서 지배계급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볼 때는 보편성을 추구하게 된다.) 힘에 의한 굴복이든, 혹은 선망에 의한 자발적인 선택이든 대개 그런 식의 경향이 흐른다.

이것은 결코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너무 방대한 문제를 다루어야 하므로 사회의 주도권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하자.

 

다음으로 살펴볼 문제는 스파게티 소스가 바로 공산품이라는 점이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제품의 경우, 초창기에는 '인간의 입맛'보다는 효율성(낮은 생산비용, 대량 생산 등)이 더 중요했다.

따라서 한 가지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제품들이 이제는 다양하게 나온다. 거기에는 하워드가 '인간의 다양성'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도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도록 생산 환경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음식(을 비롯한 여러 제품들)이 공장으로 들어간 뒤에 효율성을 위해서 잊혀진 것이 과연 '인간의 입맛'뿐일까?

어쩌면 10년 후에 '인간의 마음'을 발견했다고 과학기술계와 심리학계, 의학계, 경제학계 등에서 호들갑을 떨지도 모른다.

그리고 20년 후에는 '인간의 촉각', 30년 후에는 '인간의 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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