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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아빠어디가 윤후 앨리스 앞에 부끄러운 한국인들

아빠 어디가 49회에서 뉴질랜드 여행의 마지막 편이 방송되었습니다. 짧았던 12일의 홈스테이가 끝났는데, 사뭇 여러가지를 느끼게 해주는 방송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 어른들이 부끄러운 점이 아주 많았네요. 큰 것만 따져도 네가지나 됩니다.

 

첫번째, 송종국으로 대표되는 어른들은 영어를 모른다고 주눅이 듭니다. 영어는 그쪽에서 사용하는 언어이고, 한국말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란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영어를 모른다고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죠. 다만 서로간의 의사소통에 불편함만 있을 뿐이죠.

 

물론 안 그런 아빠도 있습니다. 윤민수의 경우는 엘리스에게 사랑해요라고 한국어를 가르쳐 주기도 하죠.

(윤후 앨리스 사랑해, 윤민수가 가르쳐준 한국어)

 

 

그런데 송종국 등의 아빠들은 대개 영어를 못한다고 뉴질랜드인들 앞에서 부끄러워 합니다.

,고등학교 6, 더 나아가 대학 4, 10년 동안 배운 영어가 그것밖에 되지 않느냐고 강변할 수도 있습니다만, 우리가 배운 영어를 독해 위주이지 결코 회화위주가 아닙니다.

 

아마 이런 태도는 문화적 열등감, 더 정확하게는 언어적 열등감 때문에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결코 개인이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문제인데도 자신도 모르게 그런 행동이 나오죠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영어에 대한 강박관념이죠.

(송종국이 영어를 못 알아들었다면, 다시 천천히 말해 달라고 하면 됩니다. 이해를 못해도 어쩔 수 없고요. 하지만 당황하기만 하는 모습에서, 영어를 반드시 알아들어야 한다는 태도가 은연중에 나타나네요. 문화의 상대성) 

 

그런데 아이들의 태도에서는 이런 언어적인 열등감이 전혀 없습니다. 아빠인 송종국과 달리 딸인 송지아는 거침없이 한국말로 헌터에게 다가가고 심지어 한국어를 가르쳐주기도 하니까요.

 

이준수나 성준 등의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반면에 윤후는 앨리스에게 다가가기 쑥쓰러워하는데, 이것은 언어적 열등감이라기 보다는 처음 본 앨리스에 대해 윤후가 쑥쓰러워했다고 봐야 하겠죠.

가장 나이 어린 김민율조차도 영어를 모른다고 부끄러워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순수한 아이들조차 자라면서 영어 강박증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그것을 강요하고 있으니까요.

우리 어른들이 이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성빈의 경우는 영어를 못한다고 주눅이 들기는커녕, 백인 어른에게 장난을 칠 정도로 원기 왕성하더군요.)

 

 

두번째, 우리 한국의 어린이들은 어른들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합니다. 대략 저녁 7시나 7시 반이면 잠이 드는 뉴질랜드 어린이와 달리 우리 아이들은 1011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죠.

 

이런 한국의 사정을 들은 뉴질랜드 엄마의 놀라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이유가 학교에서의 많은 숙제라는 말에, 뉴질랜드 엄마는 믿을 수가 없다는 얼굴이 됩니다.

 

뉴질랜드 식과 우리 한국 식 중에서 어느 것이 옳을까요?

의학적으로도 저녁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몸에서 성장 호르몬이 나오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설사 밤 10시부터 잠자리에 든다고 하더라도, 가수면 상태를 거쳐서 깊은 잠에 빠지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호르몬이 나오는 시간은 얼마 되지도 않죠.

 

우리 사회는 겨우 7~9살짜리 아이들마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괴롭히는 비정상적인 사회가 아닌가 돌이켜 봐야 합니다.

 

(엄마도 놀라고 아이도 놀랍니다.)

 

 

부끄러움을 넘어서 더 슬픈 것은, 사람들이 이런 점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네요.

아마 십년 후, 이십 년 후에도 이런 일이 반복되리라는 패배감에 저는 아이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세번째, 이것은 한국의 어른들이 아니라 남자들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뉴질랜드의 가정에서는 남자들이 바비큐를 굽고, 요리를 도와주는 풍경이 일상적이었습니다. 부엌일을 거의 하지 않는 한국 남자들과는 매우 대조적이네요.

   

물론 우리와 뉴질랜드 상황을 그대로 놓고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뉴질랜드의 주식은 고기 등이고, 남자들이 야외에서 굽기에 간단합니다.

(방송에서도 쿠키 등을 만드는 것은 여자들이 하더군요.)

 

반면에 우리 한국의 음식들은 무척 복잡하고 세심해야 합니다. 주된 반찬들인 나물이나 밑반찬 등은 섬세한 손놀림이 없으면 맛이 나오지 않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뉴질랜드 남자들의 여자들을 도우려는 정신, 가정일은 함께 한다는 그 정신은 실로 배울만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의 주식인 밥의 경우는 만들기가 무척 간단합니다. 쌀을 씻어서 그냥 전기 밥솥에 넣기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그 간단한 일도 남자들이 제대로 돕지 않는다는 말은, 아마 처음부터 부엌일은 여자몫이라는 생각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어른들, 특히 남자들은 이 상황을 부끄러워 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김민율의 불량한 태도를 언급하겠습니다.

홈스테이 집에서 엘리자베스의 취미가 기타 연주란 것을 알고, 모두들 엘리자베스의 기타 연주를 감상합니다.

 

그런데 김민율은 좀이 쑤씨는지 제대로 듣지 않더군요. 급기야 박수까지 치면서 연주를 방해합니다.

그러자 형인 김민국이 주의를 주면서 동생을 제지합니다.

김민국이 이제 어느 정도 예의를 알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흐뭇한 것과 동시에 김민율의 불량한 행동이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만약 한국 아이들이 '많은 숙제' 대신에 뉴질랜드 아이들처럼 자연속에서 음악과 미술을 배우면서 컸다면 어땠을까요?

김민율 역시 다른 사람의 연주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것을 좀 더 자연스럽게 알 수 있지 않았을까요?

 

엘리자베스의 기타 연주에 김민국과 김민율 형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합동공연으로 답가를 합니다. 분명 흥겨운 노래이고 좋은 노래입니다.

다만 유행가란 핫하게 뜨는 만큼 핫하게 사라지기도 하는 노래이죠.

 

아이들의 정서 발달을 위하여 좀 더 고전적이고 생명력이 긴 노래를 답가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더 슬픈 것은 김민국과 김민율같은 어린이들은 숙제와 공부 경쟁에 치여서 그런 걸 배울 생각도 못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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