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

힐링캠프 김성주 눈물- 아버지를 끝까지 잘못 이해

힐링캠프 117회에 mc김성주가 나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이경규나 김제동을 비롯한 힐링캠프 작가들과 PD의 역량이 무척 얕은 것이 드러난 방송이었습니다.

 

 

먼저 대략적인 이야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제일 처음 김성주는 짜파구리 (짜파게티 + 너구리)를 끓이는 시범을 보입니다. 그리고는 아버지와 자신의 집안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무척 가부장적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김성주는 제대로 된 사랑을 받으며 자라지 못합니다.

 

 

아버지 이야기를 하다가 때때로 눈물을 보이던 김성주가, 아버지의 편지를 받고는 푹풍 오열을 하네요. 파킨슨 병에 걸린 아버지의 최후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급함이, 그런 감정을 더욱 부추긴 거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성주는 케이블 TV에서 3년 동안 일했을 때의 어려움, 그리고 MBC에 합격한 뒤에 2002년 월드컵때 우연히 차범근과 함께 중계를 한 인연 등을 이야기합니다. 아마 김성주가 그렇게 화려하게 비상했던 것은 케이블의 스포츠 TV에서 1년 동안에 무려 1,000경기나 중계를 했던 경험과 실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김성주의 아버지인 김창경 목사의 나이는 올해 70살입니다.

 

 

김성주가 했던 아버지 이야기는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입니다. 카리스마만 가득하고 잔정이 없었던 면에서 좀 과한 아버지 상이기는 하지만, 그 시절 아버지들에게서는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김성주는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항상 강해 보이던 아버지였지만, 훈련소 버스를 탄 아들의 모습을 보기 위하여 두리번거리면서 찾았던 것이죠. 김성주가 작은 누나와 함께 하숙집에서 잠을 자는 사이에, 김성주의 아버지는 여인숙 대신에 차에 잠을 잤던 에피소드 역시 마찬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경규나 성유리 등은 단순하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때 아버지들은 다 그랬다. 그냥 표현하지 못했을 뿐이다."

 

실제로 김성주 아버지의 편지에서도 같은 말이 나옵니다.

여러 가지 경험을 하지 않게 한 것은 다만 김성주를 잃기 두려웠기 때문이고, 또한 '표현하는 방법도 모르고, 서툴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나온 거죠.

 

과연 김성주의 아버지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일까요?

그것이 진실일까요?

 

 

위에서 언급한대로 김성주 아버지의 나이는 올해가 70살입니다. 대략 1944년생이죠. 그러면 스무살이 되던 해가 1964년이었습니다.

사람의 가치관은 보통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에 결정되죠. 그 시절 김성주 아버지, 더 나아가 우리들의 아버지 세대가 보고 배운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6.25는 너무 어릴 적이어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승만 독재 정권과 4.19, 5.16 등의 격변을 거칩니다. 성인이 되어도 제대로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백수들이 많던 시절이었습니다. 배고픈 것은 너무나 당연했고, 사회적으로도 많이 불안했던 시절이었죠.

게다가 어른들로부터 불과 얼마 전에 일제 시대를 거쳤다는 것을 생생하게 전달받습니다.

 

그렇다면 그 시대의 '시대정신'은 무엇이었을까요? 김성주 아버지의 세대가 공통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남자는 강하게 키워야 한다.'가 아니었을까요?

언제 다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고, 사회적으로도 돈벌이가 쉽지 않은 세상, 반드시 남을 이겨야만 생존할 수 있었던 사회였습니다.

 

아마 이런 마음가짐이 공통적으로 존재했을 것이고,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아들들을 강하게 키우려고 했을 겁니다.

그것이 다만, 오늘날 '표현이 서툴렀다.'라는 변명 비슷한 말로 에둘러 표현하는 것뿐이죠.

 

 

1972년생인 김성주가 자라난 시대는 아버지와 달랐습니다. 스무 살이 되던 해가 1991년이죠. 모든 것이 풍족한 시대였습니다. 이런 가치관과 시대적인 상황에서 김성주는 더 이상 아들인 민국이를 강하게 키울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요즘 세상에는 약한 듯이 보이는 부드러운 남자(여자도 마찬가지죠), 남들과의 협업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마 이런 시대적인 괴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김성주는 자신의 아버지를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김성주 역시 눈물을 보이지만, 단순히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지, 진정으로 아버지를 이해해서 눈물을 흘린 것은 아니죠.

힐링캠프의 제작진이나, 인생을 좀 살았다는 이경규도 이런 점은 제대로 짚어주지 못하는 것이, 참 많이 아쉽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