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예체능 25회에서 88 서울올림픽의 전설들이 나왔습니다. 바로 유남규와 현정화, 김기택, 김완 등입니다. 그 외에 게스트로 박성호와 디자이너 이상봉, 슈퍼주니어 M의 헨리, 레인보우의 김재경, 일반인으로 조한성과 권태호 등도 나왔네요.
88올림픽 25주년특집답게 제작진이 여러 모로 애를 썼네요. 호돌이, 호순이에 그때 당시 버스까지...
김완이 말한 1984년의 남북대결 역시 흥미롭네요. 당시 우리보다 탁구 실력이 좋았던 북한 선수들에게 유일하게 요란한 세레머니로 상대했던 선수가 김완입니다.
북한선수: 동무가 유남규래?
라는 말에 유남규는 기세싸움부터 졌죠.
하긴 유남규가 당시에는 고등학생이었나요? 최연소 국가대표였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에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김완은 오히려 별명이 사자가 붙었네요.
현정화의 얼굴 역시 반갑네요. 88년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따고, 당시 운동선수로는 아주 드물게 화장품 광고 모델까지했죠. 정말 동안이고, 방부제 미모네요. 당시 미모가 그대로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강호동이 어떻게든 당시 현정화와의 스캔들을 조작하려고 했지만, 스캔들 상대는 오히려 유남규였죠. 실제로 신문기사로 유남규와 현정화의 결혼 뉴스가 오보로 났던 적도 있고요.
하지만 현정화의 이상형은 꽃미남이었습니다. 그런데 궁금하네요. 현정화가 과연 이상형인 꽃미남과 결혼했을까? 현정화 남편은 얼마나 꽃미남일까, 등등
총 14명이 유남규 감독 팀 대 현정화 감독 팀으로 나눠서 승부를 펼칩니다. 7전4선승제가 아니라, 모든 점수의 총합으로 승부를 나누는 방식입니다. 즉 4대 3으로 세트 스코어에서 앞서더라도, 총 득점한 점수가 모자라 질 수 있는 방식입니다.
확실히 한점, 한점이 소중한 경기방식이네요.
첫번째 경기는 헨리 대 디자이너 이상봉의 대결입니다. 확실히 구력 42년보다 더 많다던 이상봉의 말이 허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헨리를 가볍게 이기네요. (헨리가 탁구 초보인 것도 감안해야죠.)
(이상봉이 런던 올림픽 탁구 대표팀 유니폼을 무보수로 디자인 했던 사실과, 헨리가 유남규, 김완을 가짜 선수, 즉 재연배우라고 착각한 것도 재미있습니다.)
두번째는 최강창민 대 레인보우의 김재경입니다.
확실히 재경은 탁구 초보로 보이네요. 그저 사자앞에서 와들와들 떠는 토끼같습니다. 반면에 이제까지 거친 정글(생활체육인들)에서 겁많은 사슴 역할을 했던 창민이 이번에는 호랑이가 됩니다.
너무나 큰 심리적 압박감에 재경이 마인드 컨트롤을 합니다.
"자신있다!"
그러자 최강창민이 대답하네요.
"나는 없냐?"
폭소가 터져나왔습니다. 확실히 이런 것이 예체능식 예능이죠.
결국 재경은 만신창이가 되어서 최강창민의 탁구 첫승리의 제물이 되고 맙니다. 아무리 성대결이라고 하더라도 좀 비슷한 상대를 붙였으면 합니다. (제1조의 헨리, 이상봉의 대결도 마찬가지였는데, 제작진은 각 조의 밸런스보다는 전체적인 밸런스에 더 치중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도 최강창민의 상대를 봐주는 것 없이 최선을 다하는 것(탁구 악마 본성)이 옳은 태도같습니다. 상대가 초보라고 살살 봐주면서 치는 것은 시합때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물론 연습때는 상황이 달라지고요.)
세번째 대결은 바로 레전드 매치인 김완 대 현정화의 경기입니다.
1점차로 지고 있는 유남규 팀에서 김완을 내보냈다는 사실에 현정화가 아주 제대로 열을 받았네요. 시쳇말로 뚜껑이 열렸을 정도로 분노하죠.
사실 원래대로라면 유남규 대 현정화의 대결이 더 큰 의의가 있었을 겁니다. 물론 유남규 대 김기태 리벤지 매치 역시 88올림픽때의 남자 단식 재대결의 의미가 있지만, 유남규와 현정화 둘 다 우리나라 남녀 탁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절정급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남녀 성대결에서는 현정화가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작진은 여성인 현정화와 나이가 좀 많고 이미 몸이 좀 망가진 김완과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대부분이 김완이 현정화를 무난히 이기리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이변이 일어난거죠. 바로 현정화가 11대 7로 승리해버립니다. 그 원인은 바로 방송 카메라때문으로 보입니다. 현정화는 그동안 방송활동도 간간이 했고, 카메라 앞에서 탁구도 쳐봤지만, 그렇게 인지도가 높지 않은 김완은 이런 방송 탁구가 처음이나 마찬가지였죠. 결국 그런 이유로 김완은 심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세계 최고의 백'에서 연달아 실수한 끝에 현정화에게 승리를 헌납하고 맙니다.
그래도 유남규팀 승리자에게는 현정화가, 현정화팀 승리자에게는 유남규가 월계수(?)와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는 장면은 보기 좋네요. 결국 서로가 서로를 축하해주는 장면이니까요.
그 다음에는 영웅들의 대결 못지 않게 흥미진진한 경기가 펼쳐집니다. 바로 조달환과 조한성의 대결입니다. 예전에 조한성이 조달환에게 첫 패배를 안겨준 적도 있던 라이벌이죠.
그런데 두 선수의 A급 기량은 국가대표팀 감독의 작전지시를 수행할 정도의 실력이 됩니다.
덕분에 이 세트는 코치들의 전쟁, 코치전쟁이 되고 마네요.
유남규와 현정화, 김완과 김기택의 수읽기, 수싸움이 더 흥미진진했습니다.
결국 유남규의 적절한 조언(역회전걸지말고 살짝 회전만 짧게 걸라)과 조한성(상도동 에이스)의 융통성 있게 수행(한번은 위의 방식대로, 다음은 처음처럼 역회전을 강하게 거는 방식으로)하면서 조달환을 속이게 됩니다. 결국 듀스의 접전끝에 조한성이 12대 10으로 역전승을 하게 되네요.
"봤는데... 야, 그걸 봤는데..."
라고 조달환이 혼잣말을 하면서 정말 많이 아쉬워합니다. 상대의 수를 읽고도 몸이 따라 주지 않아서 더 아쉬웠던 것 같네요. 더구나 리드를 하고 있던 상황에서의 역전패였죠.
(조달환이 혼잣말까지 하면서 정말 집중을 많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배드민턴때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었네요.)
정말 올림픽 못지 않는 긴장감과 압박감의 경기였습니다.
그래도 현정화가 마지막에 패배의 충격을 받은 조달환을 다독거리면서 선수들 곁으로 데려옵니다. 승패보다 선수부터 먼저 챙기는 것이 감독이어야 하죠.
우리동네 예체능, 다음 경기도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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